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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혈액확보 비상, 안정적 수급 대책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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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혈액확보 비상, 안정적 수급 대책 시급하다

입력
2016.01.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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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국을 엄습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혈액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대한적십자사 등이 확보한 국내 혈액 재고량은 2.3일 분에 불과하다. 이는 적정 혈액 보유량(5일 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일부 지역은 재고량이 1~2일 분으로 뚝 떨어져 예정된 수술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적십자사 측은 “신종 플루가 유행한 2009년 혈액 보유량이 1.8일 분으로 떨어진 적이 있었는데 현재 상황이 그 때와 비슷한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혈액 부족 사태는 메르스의 영향이 크다. 지난해 메르스 공포 탓에 군부대와 학교 등의 단체 헌혈이 전년보다 2만7,000여 건이나 줄어든 데다 메르스 사태 당시 수술을 미뤘던 환자들이 겨울철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혈액 사용량이 늘어난 게 주원인으로 지적된다. 계절적 요인도 작용했다. 날씨가 추운 동절기엔 헌혈자가 감소하는 게 일반적이다. 학교 방학으로 젊은층의 단체 헌혈을 유도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3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파주ㆍ김포ㆍ철원ㆍ강화ㆍ옹진ㆍ영종ㆍ용유도 등 말라리아 유행지역에 하루 이상 체류한 경우에도 헌혈을 허용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 지역 방문자의 헌혈을 허용한 것은 2007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혈액 부족 사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해당 지역 군부대의 단체 헌혈을 통해 혈액 재고량을 늘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되나 근본적인 해법은 될 수 없다.

헌혈은 수혈이 필요한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현대의학이 아무리 발달했어도 인공혈액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더욱이 혈액은 장기간 보관이 불가능하다. 냉장ㆍ냉동 보관을 하더라도 유효기간이 적혈구 35일, 혈소판 5일 정도에 그친다. 때문에 안전성이 확인된 헌혈자들이 정기적으로 헌혈을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안전한 혈액이 지속적으로 공급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메르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이 유행하지 않더라도 만성적인 혈액 부족에 시달리는 게 우리 현실이다. 현재 국내 혈액 수급은 10ㆍ20대가 80%를 책임지고 있다. 고교와 군부대가 주요 헌혈처인 셈이다. 매년 방학 기간이면 혈액 부족 사태가 반복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저출산과 인구고령화 탓에 헌혈 양극화는 더욱 심화할 우려가 있다. 젊은층에 편중된 헌혈 구조를 바꾸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중ㆍ장년층의 시민의식을 일깨우는 사회적 캠페인과 함께 직장인들의 단체 헌혈을 유도하는 정책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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