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사설] 금감원장 채용비리 의혹, 철저히 조사해 진실 밝히라

알림

[사설] 금감원장 채용비리 의혹, 철저히 조사해 진실 밝히라

입력
2018.03.11 20:06
31면
0 0

금융감독 수장이 채용비리 의혹에 휘말렸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시절인 2013년 하나은행에 입사 지원서를 낸 대학 동기의 아들 이름을 인사 담당 임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 원장은 “부하 직원에게 원칙대로 처리하되, 공표 전에 결정된 내용만 알려달라고 했다”며 “당시 최종 합격 발표 전 덕담 차원에서 합격 사실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추천은 했으나 채용과정에 압력은 행사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금감원도 최 원장이 하나은행 측에 이름을 전달한 것은 ‘내부 추천’일 뿐, 점수 조작이나 기준 변경 등 구체적 불법 행위가 이뤄진 바는 없다고 해명했다.

행위는 부적절했으나 비리까지는 아니라는 것인데, 은행권에서는 이런 행태가 관행처럼 굳어져 죄의식조차 없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채용결과와 관계없이 부하 직원인 인사 담당 임원에게 입사지원자의 이름을 통보하는 것 자체가 압력이거나 청탁일 수 있다는 게 상식이다.

논란이 확산하자 금감원은 이례적으로 피감기관인 하나은행에 과거의 채용 관련 자료가 남아 있다면 조속히 이를 검증, 사실 여부를 공개적으로 밝혀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은 당시 채용관계자 등에 문의한 결과 최 원장이 특정 인물을 추천한 것은 사실이지만, 채용과정에서 개입이나 점수조작은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 채용 서버에 접촉을 못해 정확한 것은 여전히 알 수 없다는 해명이다. 최 원장 사례가 언론에 흘러나간 경로도 설명을 못하고 있지만, 김정태 하나지주 회장의 3연임에 대한 금감원과의 갈등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문제는 하나은행이 청탁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밝혀낸다 해도 스스로 채용 비리를 인정하는 자충수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이 문제에 관해서는 최 원장과 하나은행이 입을 맞추면 진실이 은폐ㆍ축소될 우려가 있다. 김 회장은 최 원장 사례가 발생했을 때도 회장직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진실을 파헤치려면 수사기관이 나설 수밖에 없다.

힘 있는 자와 힘없는 자를 양분하는 채용 비리는 반사회적 범죄다. 돈 없고 배경 없는 국민을 낙담시키고, 일자리에 목매는 청년들의 꿈을 짓밟는 행위로 우리 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기본적 신뢰를 무너뜨린다. 이런 식으로는 최소의 사회정의인 공평의 원리에도 금이 간다. 따라서 최 원장과 하나은행은 변명에만 급급하지 말고, 상식의 잣대에 맞춰 진실을 밝히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마땅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