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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처럼 탈출했던 ‘마약왕’, 영화에 발목 잡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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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처럼 탈출했던 ‘마약왕’, 영화에 발목 잡히다

입력
2016.01.1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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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거된 호아킨 구스만(가운데)이 8일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수갑을 찬 채 호송되고 있다. 멕시코시티=AP 연합뉴스
검거된 호아킨 구스만(가운데)이 8일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수갑을 찬 채 호송되고 있다. 멕시코시티=AP 연합뉴스

멕시코의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58)이 교도소 지하에 땅굴을 파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탈옥한 지 6개월만인 8일(현지시간) 멕시코당국에 체포됐다. 영화 ‘쇼생크 탈출’을 연상시키며 전 세계를 경악케 했던 그는 어처구니없게도 자신의 일대기를 영화화하려던 허영심 탓에 신출귀몰한 탈주 행각을 마감하게 됐다.

영화처럼 탈출한 구스만, 자전영화 욕심에 결국 철창행

멕시코 당국은 이날 세계적인 마약조직 ‘시날로아 카르텔’의 근거지인 멕시코 서북부 시날로아주 로스모치스의 비밀가옥에 숨어 있던 구스만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멕시코 당국은 해군을 동원해 격렬하게 저항하던 구스만 측 6명을 사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스만은 지난해 7월11월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근처에 있는 알티플라노 교도소에서 1.5㎞ 가량 땅굴을 파서 탈옥한 뒤 그간 행방이 묘연했다. 미국 마약단속국(DEA)은 전 세계에 마약조직을 거느리고 있는 시날로아 카르텔의 비호 속에 구스만이 이미 중남미나 유럽 등으로 도주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 경우 구스만에 대한 체포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멕시코 수사당국은 구스만이 저지른 결정적인 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바로 자전영화에 대한 그의 욕심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멕시코 사법당국 관계자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영화배우 숀 펜과의 인터뷰 덕분에 지난해 10월 두랑고의 산악지역에 있는 구스만의 은신처를 알아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가 해외가 아닌 고향 시날로아주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이와 관련, 아렐리 고메스 멕시코 연방검찰총장은 기자회견에서 “구스만이 자신의 일대기를 영화로 제작하는 전기영화에 관심을 보였다”며 “구스만 또는 그의 심복과 영화 관계자 사이의 통화를 추적해 그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 CNN방송은 구스만의 검거를 엉뚱한 허영심 탓이라고 분석했다.

구스만은 멕시코 여배우 케이트 델 카스티요의 소개로 펜을 만나 비밀인터뷰를 했고, 이 내용은 그가 체포된 이튿날 대중문화지 <롤링스톤> 인터텟판에 실렸다.

8일 멕시코 서북부 시날로아주 로스모치스에서 체포된 직후 공개된 호아킨 구스만의 모습. 로스모치스=신화 연합뉴스
8일 멕시코 서북부 시날로아주 로스모치스에서 체포된 직후 공개된 호아킨 구스만의 모습. 로스모치스=신화 연합뉴스

구스만, 총격전 끝에 검거… 올해 중순 美로 압송될 듯

CNN방송은 멕시코 수사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멕시코정부가 구스만을 조만간 미국으로 압송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멕시코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구스만의 송환 시점이 올해 중반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은 그간 시날로아 카르텔이 밀수출하는 마약의 최종 목적지가 미국이란 점을 들어 멕시코당국에 구스만의 신병 인도를 요구해왔다. 실제 DEA는 멕시코 군경의 이번 구스만 체포작전에 깊숙이 개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자국인의 압송에 거부감을 보여온 멕시코는 그러나 이번에는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구스만 탈옥의 배후로 의심하는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구스만의 ‘황제 교도소 생활’에 대한 멕시코 내부의 비판여론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멕시코 당국은 구스만의 압송을 통해 범죄인을 비호한다는 의혹을 불식시키길 원한다”고 전했다.

구스만 체포 과정은 대규모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 해군이 구스만의 은신처에 접근하자 구스만의 무장경호원 11명이 총을 쏘며 격렬하게 저항했고, 3시간 동안 이어진 교전 끝에 조직원 5명이 사살되면서 상황이 종료됐다.

구스만은 이날 지하 배수관을 통해 로스모치스 근방의 해안가로 연결된 비밀통로로 또 다시 탈출을 시도했다. AFP통신은 “멕시코 해군이 배수관까지 기어들어가 구스만을 추적했다”며 “도시 외곽에서 차를 훔쳐 달아나려는 구스만을 간발의 차이로 체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구스만은 체포될 당시 속옷 차림에 배수관을 지나느라 오물을 뒤집어 쓴 상태였다고 AFP는 전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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