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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딸이 선택한 ‘갭이어’는 부유층 전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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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딸이 선택한 ‘갭이어’는 부유층 전유물?

입력
2016.05.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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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아 오바마(왼쪽)가 지난 4월 8일 아버지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대통령 전용 헬리콥터 마린원에서 내려 LA공항을 걷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말리아 오바마(왼쪽)가 지난 4월 8일 아버지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대통령 전용 헬리콥터 마린원에서 내려 LA공항을 걷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딸 말리아 오바마가 대학 진학을 미루고 ‘갭이어’(gap year)를 보내겠다고 발표하면서 갭이어가 미국 언론의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다. 미국 대학들은 진학 직전 휴식기간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며 장려하고 있지만 부유층의 전유물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없지 않다.

1일(현지시간)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올 봄 시드웰 프렌즈스쿨 졸업 예정인 말리아는 2017년 가을 하버드대 진학에 앞서 1년간 갭이어를 보낼 예정이다. 갭이어는 주로 고등학교 또는 대학 졸업생이 진학ㆍ취업에 앞서 한 학기 혹은 1년간 학업을 쉬면서 사회 활동을 하는 시기를 말한다. 미국 하버드대, 프린스턴대, 매사추세츠공대(MIT)를 비롯한 주요 대학들도 입학 연기를 권장하고 있다. 고교 수험생활을 마치고 ‘번아웃’(탈진)된 학생들이 재충전을 겸해 삶의 다양한 경험을 쌓을 시간을 주겠다는 뜻이다.

갭이어는 유럽에선 일반화됐지만 미국에서는 비교적 최근 들어 유행하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의하면 2000년대 초 영국의 윌리엄과 해리 왕자 형제가 이튼스쿨 졸업 후 각각 칠레와 호주에서 갭이어를 보낸 것이 미국에서 갭이어란 개념이 확산된 계기였다. 갭이어를 보내는 학생들을 겨냥해 미국 내외에서 지역 봉사와 인턴십 등에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갭이어 프로그램’ 기업도 여럿 생겨났다. 갭이어 프로그램 인증단체 미국갭협회(AGA)에 따르면 연간 3만명에서 4만명의 학생들이 갭이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으며 그 수는 2006년 이래 매년 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대학들이 갭이어를 권장하는 이유는 휴식기를 보낸 학생들이 재충전된 상태로 복귀해 더 진취적인 자세로 학업에 임하기 때문이다. AGA의 조사에 의하면 갭이어 참여자 절반 이상이 이 기간에 자신의 진로와 전공을 확고히 설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갭이어에 참여한 학생들이 학업 성취도 면에서 더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그러나 ‘디 애틀랜틱’을 비롯한 미국 잡지들은 갭이어 참여자들이 대개 부유층 자녀로 한정된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했다. AP통신은 1년 이상 입학을 미루는 신입생은 전체의 1% 정도이며 대부분 고소득층 자녀라고 보도했다. 갭이어를 보내는 학생들은 견문을 넓히기 위해 주로 해외 봉사 및 여행을 택하며 그 비용은 부모가 댄다. 갭이어 프로그램 중 가장 비싼 것은 비용이 4만 달러에 이르기도 한다.

갭이어를 연구해온 밥 클라젯 전 미들버리대 입학처장은 뉴스위크와 인터뷰에서 “말리아의 갭이어 결정은 갭이어가 부유층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심화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하며 “누구나 갭이어를 보낼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들도 갭이어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프린스턴대와 터프츠대는 독자적인 갭이어 프로그램을 개발해 시행 중이며 플로리다주립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는 저소득층 학생들의 갭이어 참여를 위한 재정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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