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니캅 속 '웃는 눈'에 이슬람 여성이, 모순된 언행에 이슬람 남성이 있다

알림

니캅 속 '웃는 눈'에 이슬람 여성이, 모순된 언행에 이슬람 남성이 있다

입력
2015.02.27 15:33
0 0

인티사르의 자동차

페드로 리에라 글ㆍ나초 카사노바 그림ㆍ엄지영 옮김

미메시스ㆍ208쪽ㆍ1만6,800원

미래의 아랍인 1

리아드 사투프 지음ㆍ박언주 옮김

휴머니스트ㆍ160쪽ㆍ1만5,000원

만화 ‘인티사르의 자동차’ 주인공 인티사르는 마취 전문 간호사다. 그는 84년형 코롤라를 운전해 출퇴근한다. 운전 중 그는 리한나의 ‘테 아모(널 사랑해)’와 비욘세의 ‘이프 아이 워 어 보이(내가 남자라면)’를 듣는다. 쉬는 날에 ‘카페 아모레’에 가서 친구 아미나와 수다를 떨고 무도장에서 춤을 춘다.

인티사르는 예멘 여성이다. 그는 외출 시 니캅(온 몸을 덮는 검은 베일)을 써야 하고, 직업을 얻기 위해 남성 보호자 ‘왈리’의 동의가 필요하다. 다행히 그에게는 ‘누나가 마음대로 하도록 해 주는’ 남동생 살레가 있다. 인티사르는 여권을 발급받을 때도, 담배를 사러 갈 때도 살레와 동행해야 한다. 그마저도 이미 어머니와 이혼해 따로 살고 있는 아버지가 개입한다면 할 수 없다.

인티사르는 가상 인물이다. 스페인 극작가 페드로 리에라는 예멘에서 살던 1년 동안 네 명의 예멘 여성을 만났고 그들의 이야기를 조합해 만화의 내용을 썼다. 리에라는 인티사르를 통해 이슬람 세계의 여성들도 생각하는 방식은 서구의 여성들과 다르지 않으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사회의 압력에 저항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란 출신 만화가 마르잔 사트라피의 ‘페르세폴리스’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을 배경으로 이슬람 여성을 무겁게 그렸다면 ‘인티사르의 자동차’는 오늘날의 예멘 여성을 비교적 유쾌하게 묘사한다.

여성 억압의 상징인 니캅은 익명성을 활용해 남성을 농락하는 무기로 역이용된다. 히잡(머리카락만 가리고 얼굴을 드러내는 베일)은 이슬람 전통을 인정하면서도 개성을 표현하는 패션 아이템이다. 인티사르는 어릴 적에 남자가 되고 싶었지만 “진정으로 바랐던 건 여자가 되는 것이었다. 다만 남자와 똑같은 결정권과 자유를 가진 여자 말이다.” 니캅을 쓴 인티사르는 차 안에서 노래를 들을 때마다 눈으로 웃는다. 니캅 안으로 보이는 이 ‘웃는 눈’이야말로 이슬람 사회의 진짜 모습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인티사르의 눈으로 본 예멘 남성들이다. 인티사르의 아버지는 사회적 위신 때문에, 그에게 추파를 던지는 남성은 자신의 뜻대로 따라 주지 않았다는 ‘치졸한’ 이유로 인티사르를 괴롭힌다.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리아드 사투프의 자전적 만화‘미래의 아랍인’은 이런 이슬람권 남성의 속내가 어떤지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어린 리아드의 눈으로 시리아 출신인 아버지의 모순된 행동을 묘사한다. 아버지는 입으로는 아랍 세계의 근대화를 부르짖지만 실은 세속적인 가치와 이슬람의 전통을 자신이 편리한 대로 취사선택하는 고집 센 위선자일 뿐이다. 그런 아버지도 서구를 증오하고 다른 종교와 종파를 배척하는 데 익숙한 시리아의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 성장한 사람일 뿐이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이슬람 국가’(IS)의 등장으로 다시 관심의 중심으로 떠오른 이슬람 세계를 묘사하는 만화가 비슷한 시기에 두 권이나 등장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만화는 이슬람 세계를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두 권의 만화가 전하는 이슬람 사회는 악독한 테러리스트들의 사회라기보다는 어쩐지 한국과 많이 닮은, 사회적 관습이 여성을 억압하고 여성이 그에 저항하며 일상을 이어가는 사회다.

인현우기자 inhyw@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