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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 스캔들, 브라질 정가를 뒤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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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 스캔들, 브라질 정가를 뒤흔들다

입력
2016.03.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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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스캔들로 정치적 위기에 처한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 AP 연합뉴스
부패 스캔들로 정치적 위기에 처한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 AP 연합뉴스

국영기업 페트로브라스 부패 스캔들에 연루돼 조사를 받고 있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71) 전 브라질 대통령이 구속 위기에 몰렸다. 그러자 브라질 정부는 룰라 전 대통령을 장관으로 임명하는 방식으로 검찰 수사에 대한 면책특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3일 브라질 곳곳에서 대규모 반정부 집회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룰라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인 지우마 호세프 현 대통령의 입지마저 위태로운 지경이 됐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상파울루 검찰은 9일(현지시간)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해 돈세탁과 사기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에 따르면 룰라 전 대통령은 페트로브라스의 비리에 연루된 건설회사 OAS로부터 3층 규모의 호화 저택을 받고 이를 은닉했다. 검찰은 이와 별도로 페트로브라스의 사업 확장에 룰라 전 대통령이 관여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검찰이 "공공질서와 소송 절차 유지, 형법 적용을 위해 룰라를 구금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이를 수용할지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다.

그러자 룰라 전 대통령과 여당인 브라질노동자당(PT)은 검찰의 수사에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며 반발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문제의 저택을 소유한 적이 없고 아무런 범법행위도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후이 팔카웅 PT 대표는 10일 기자들과 만나 “룰라 전 대통령을 조사하려는 검찰의 배후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법원이 구속영장 신청을 거부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룰라 전 대통령이 구속될 경우 극심한 경제위기로 지지도가 떨어진데다 정부회계법 위반으로 탄핵 위기에 몰려 있는 지우마 호세프 현 대통령은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PT는 룰라 전 대통령의 구속을 막기 위해 내각의 장관직을 제의했다. 브라질 법률상 각료는 검찰 수사를 받지 않고 대법원에서 재판을 받는다. 팔카웅 대표는 “이미 룰라 전 대통령에게 입각을 제의했으며 이를 수용하는지는 룰라의 선택에 달렸다”고 말했다.

브라질의 여론은 양분된 상태다. 브라질자유운동(MBL) 등 우파 시민단체는 주말인 13일 전국에서 대규모 반정부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브라질 당국은 룰라 전 대통령과 PT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맞불 집회’를 열어 양측의 유혈 충돌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4일 룰라 전 대통령이 경찰에 체포됐을 당시에도 룰라 지지파와 반대파 시민들이 집을 에워싼 채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브라질 정가는 혼란을 막기 위해 협상 테이블을 차렸으나 아직까지 돌파구는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PT와 연대 중인 브라질민주운동당(PMDB) 소속 헤난 칼레이루스 상원의장이 야권 상원의원들을 만나 정부 개편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는 여야 양측이 공동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대통령의 권한 일부를 나눠 갖는 방안도 제기됐다. 그러나 핵심 야당인 브라질사회민주당(PSDB) 소속 일부 의원들은 “부패와 연루된 정부조직과는 협력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호세프 대통령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으며 룰라 스캔들로 생긴 정치적 소용돌이가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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