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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증 치료에 세로토닌이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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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증 치료에 세로토닌이 열쇠”

입력
2016.01.1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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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증, 심리 요인 아닌 세로토닌 이상으로 발생

김의태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의태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심리적 압박감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면 흔히 ‘노이로제’라고 하는 ‘강박증’을 의심할 수 있다. 손 씻고 나왔는데 다시 더러워진 것 같아 진물이 날 정도로 몇 번씩 손을 다시 씻는다거나 문단속을 한 뒤에도 여러 차례 다시 가서 확인해보는 행동을 반복하는 식이다. 강박증은 우리나라에서 100명 중 3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하다.

예전에는 강박증 원인을 심리적 요인으로 추정해왔지만 최근 분자영상학 발달로 뇌 신경학적 변화를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뇌의 기능적 이상, 특히 신경계통 호르몬인 ‘세로토닌 시스템의 이상’이 강박증의 주요한 발병 원인으로 보고되고 있다.

세로토닌은 뇌 속에서 수용체와 결합해 불안감을 조절하는 대표적인 신경 호르몬 중 하나로, 세로토닌 분비량이 적거나 붙어있어야 하는 수용체에서 빨리 소실되면 ‘세로토닌 수용체 밀도’가 낮아지므로 강박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강박증은 이를 교정하는 약물 치료가 핵심이다. 문제는 약물 치료 시 환자 경과를 확인하는 뇌 양전자단층촬영(PET)으로 세로토닌과 약물을 구분할 수 없어 환자의 ‘세로토닌 수용체 밀도’를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약물 치료로 환자 상태가 호전되더라도 언제까지 약물 치료를 해야 하고, 언제 완치 판정을 내릴지 판단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김의태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건강한 일반인 12명과 약물 치료중인 강박증 환자 12명의 뇌 PET를 각각 수십 차례 촬영해 비교하며 약물 효과를 제거하기 위한 수학ㆍ약리학적 시뮬레이션을 거듭 시행했다. 그 결과, 김 교수팀은 시간에 따른 개인별 PET 자료와 약물의 농도변화를 동시 분석하는 새로운 방식을 통해 세로토닌과 동일하게 나타났던 약물 효과를 없애고 세로토닌 수용체 밀도만 계산해냈다.

또한 새로운 방식으로 약물치료 중인 강박증 환자 12명의 세로토닌 수용체 밀도를 측정한 결과, 약물치료로 증상이 호전됐던 강박증 환자에서 여전히 세로토닌 수용체 밀도가 낮음을 확인했다.

약물 치료로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실질적으로 강박증 원인이 되는 세로토닌 시스템의 이상은 교정되지 않았던 것이다. 즉, 강박증 환자가 약물 치료로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세로토닌 시스템의 이상이 정상화될 때까지 일정 기간 약물 치료를 지속해야 한다는 뇌의학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이전까지 불가능했던 강박증 약물 치료의 한계점을 풀어낸 세계 최초의 보고”라며 “해당 연구결과는 강박증뿐만 아니라 우울증, 불안장애와 같은 다양한 정신건강학적 질환에서도 심도 있는 뇌 연구를 가능케 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번 연구는 김 교수팀의 주도로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 정신건강연구소 올리버 호위즈 연구팀과 협업으로 진행됐다. 이번 연구는 정신의학분야의 세계 저명 학술지인 ‘정신의학저널 (Psychological Medicine)’ 최근호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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