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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北… 정상화 과정인가 변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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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北… 정상화 과정인가 변덕인가

입력
2015.08.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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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 후 성과 없이 물러서기 반복

황병서 TV서 남북합의 이례적 설명

"정교한 계산" "주먹구구" 양론

김정은 리더십 제대로 작동 의문도

"못 믿을 즉흥성" "현실론자" 분분

26일 경기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를 찾은 관광객들이 망원경을 통해 북녘 풍경을 살펴보고 있다. 임진강 너머 북한 황해도 개풍군의 농촌 마을이 보인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26일 경기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를 찾은 관광객들이 망원경을 통해 북녘 풍경을 살펴보고 있다. 임진강 너머 북한 황해도 개풍군의 농촌 마을이 보인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북한이 정상 시스템으로 변화하는 증거인가, 아니면 최고지도자의 변덕이 죽 끓듯 작용한 결과인가.

남북 간 일촉즉발의 군사 대치는 ‘무박4일’ 줄다리기 협상 끝에 25일 새벽 합의문이 발표되면서 긴장 완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과거와 달라진 북한의 ‘도발과 동시에 대화 제의-장시간 협상 버티기’ 행태는 여전히 의문을 남기고 있다. 남북 합의 직후 북한 협상 책임자가 대내 방송에 나와 주민들에게 협의 배경을 설명하는 것도 처음이었다.

특히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집권 후 북한이 남북관계에서 위기를 고조시켰다가 별달리 얻은 것도 없이 스스로 후퇴하는 일을 반복하는 과정이 정교한 계산에 따른 것인지, 주먹구구식 결정 번복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례적인 北 주민 대상 협상 설명

이번 지뢰 도발과 남북 접촉 과정에서 보인 김정은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우선 북한을 정상국가처럼 통치하려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25일 오후 조선중앙TV에 이례적으로 등장한 게 단적인 예다. 군복을 입고 나타난 황 국장은 “공동의 노력으로 북남관계 개선의 새로운 분위기가 마련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합의 결과를 설명했다. 지뢰 도발을 ‘근거 없는 사건’이라고 주장하는 등 북한 주민 교육용, 대외 선전용 발언을 늘어놓긴 했지만 과거에는 없던 행태다.

정부 관계자는 26일 “도발을 사과하고 시인한 것처럼 비치니까 아니라고 발뺌하기 위해 TV에 나온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남북 합의 결과는 조선중앙통신이나 노동신문으로 보도해도 되는데 굳이 군부 1인자인 수석대표가 직접 설명한 것은 주민 여론을 의식하는 최근 북한 지도부의 달라진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해 5월 평양 도심 고층아파트 붕괴 사고 때도 북한은 김정일 집권기와 달리 피해 사실을 조선중앙통신 등으로 곧바로 공개하고, 우리의 경찰청장 격인 최부일 인민보안부장의 사과 모습도 보도했다. 김정은의 현지 지도 중 질타 사실을 매체에 공개하는 행태도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다.

"김정은, 고난도 남북협상 컨트롤 데뷔전… 어려움 절감 했을듯"

김정일은 김일성과 北 공동 운영

어깨 너머로 협상 테크닉 배워

"김정은 벤치마킹할 사례 없어 오락가락 행보 보였을 것" 분석도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26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의 포격 도발 등 안보현안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26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의 포격 도발 등 안보현안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도발ㆍ타협 섞어 협상 진행 눈길

도발과 타협 카드를 뒤섞은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지난 20일 오후 북한은 서부전선 포격 도발을 감행한 뒤 곧바로 대남정책을 관장하는 김양건 노동당 비서 명의로 대화 가능성을 내비치는 전통문을 발송했다. 동시에 인민군 총참모부 명의로는 48시간 최후통첩도 했다. 이어 한밤중에 당 중앙군사위 확대비상회의를 열어 포병 책임자 등 참석자 얼굴까지 공개한 이례적인 발표 이후 군사력 전진 배치 등 압박책을 이어갔다.

그러나 협상 도중인 지난 24일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및 재발 방지 요구’ 공개발언 등 굴욕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지는 않았다. 결과적으로 ‘조건부 확성기 방송 중단’ 외에는 얻은 것 없이 물러나는 모습도 어색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나름대로 미국에게 핵이나 미사일 말고도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남북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이긴 협상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도 특별히 잃은 건 없다고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남북간 군사적 긴장은 완화됐지만, 과거와 달라진 북한의 협상 행태를 놓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일 북한 조선중앙TV가 보도한 비상확대회의 당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남북간 군사적 긴장은 완화됐지만, 과거와 달라진 북한의 협상 행태를 놓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일 북한 조선중앙TV가 보도한 비상확대회의 당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오락가락 행태 김정은 리더십 의문도 야기

그러나 북한이 도발ㆍ압박을 감행한 후 별다른 성과 없이 물러서기를 되풀이하면서 과연 김정은의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2013년 4월 개성공단 폐쇄 사태가 대표적인 경우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을 걸어 4개월 이상 공단을 폐쇄했지만 특별히 얻은 것 없이 공단 출입을 재개시켰다. 이 와중에 평양 주재 외국 대사관에 철수를 통보했다가 아무도 안 나가고 버티자 흐지부지 없던 일로 해 외교적 망신을 사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황병서 등 핵심 3인방을 갑자기 파견해 유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고위급 접촉을 갖기로 했다가 판을 깼던 일도 의문이었다.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들긴 했지만, 남북 대화의 판을 깨기에는 근거가 미약했다는 평이 많았다.

5월 러시아 전승 기념행사 직전 김정은의 방러를 번복한 결정, 군부인사들의 잦은 계급 변동, 최룡해 당 비서 활용 등에서도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아버지 김정일은 김일성과 같이 북한을 공동으로 운영하며 어깨 너머로 배운 협상 기술이 있었는데 김정은은 아직 직접 컨트롤해봤거나 벤치마킹할 사례가 없었다”며 “사실상 처음으로 협상 실전에 나섰지만 남북관계 대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절감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남ㆍ대외정책에서 일관되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김정은의 즉흥성은 이번 합의 이후 남북관계를 낙관만 할 수 없게 하는 이유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막무가내로 나서다가도 현실적 판단을 하는 걸 볼 때 김정은은 현실론자로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상원기자 ornot@hankookilbo.com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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