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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권리 찾기부터 권력 감시까지 세상을 바꾼 사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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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권리 찾기부터 권력 감시까지 세상을 바꾼 사건들

입력
2014.09.12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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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병직 지음

창비 발행ㆍ272쪽ㆍ1만5,000원

특별한 천원이 있다. 권리찾기의 시발점이 되어서다. 2002년 1월 17일 서울지방법원 항소부의 선고에서 나온 천원. 당시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에게 1,000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피고는 대한불교조계종의 천은사, 원고는 참여연대 회원이던 스물 일곱 살 전동일씨였다.

소송의 발단은 2년 전 천은사로 간 봄나들이였다. 국립공원 입장료 1,000원에 문화재 관람료 1,000원, 입장료가 도합 2,000원이라는 매표원에게 전씨와 일행은 부당하다고 따졌다. “문화재는 구경할 생각이 없으니 천원만 내겠다”고. 그러나 먹힐 리 없다. 전씨는 당시 입장권을 챙겨 이후 부당하게 징수한 문화재 관람료를 돌려달라는 소송에 나섰다.

참여연대가 불을 지핀 ‘작은권리찾기운동’의 시작이다. 이는 출근길 지하철 고장으로 인한 시민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핸드폰 부당 요금 인하 운동으로 이어졌다. 일련의 운동들은 시민에게는 그간 무심코 침해 받아온 권리를 되찾을 수 있다는 자각을, 시민단체에는 시민과 함께 세상을 바꿔나가는 진정한 시민운동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줬다.

시민이 뭉치면 권력이 두려워한다는 걸 보여준 예는 뭐니뭐니해도 2000년 시작된 총선시민연대의 낙천ㆍ낙선운동이다.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한국여성단체연합을 필두로 1,054개 시민단체가 함께 했다. 국회의원 총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의 이력, 의정활동, 비리 경력 등을 총체적으로 평가해 정당에는 “이런 후보는 공천하지 마세요”, 유권자들에게는 “이런 후보는 찍지 마세요”란 요구를 하는 유권자운동이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총선연대의 낙천 대상자 명단 발표 후 이 정치개혁운동에 공감하는 시민의 후원금이 답지했다. 2주간 들어온 돈이 2억원. 선거에 미친 영향도 예상을 뛰어넘었다. 낙선 대상자로 꼽힌 후보 10명 중 7명(68.6%) 꼴인 59명이 낙마했다.

‘사건으로 보는 시민운동사’는 한국 사회에서 시민운동이 획을 그어온 일대 사건을 중심으로 그 역사를 정리한 책이다. 참여민주주의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권리는 찾아주고 권력은 감시하는 시민단체 참여연대에서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협동사무처장, 집행위원을 지낸 차병직 변호사(법무법인 한결)가 썼다. 이 책은 이런 문구로 시작한다. “생각이 모이면 꿈이 된다.” 그 꿈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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