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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적 풍요만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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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적 풍요만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어”

입력
2017.04.1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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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비전화공방 설립한 후지무라 야스유키

전기ㆍ화학물질 의존 벗어난 자립적 삶 제안

비전화공방을 설립해 이끌고 있는 발명가 후지무라 야스유키. 그는 라이프스타일 발명가를 자처한다. 비전화공방 서울 제공
비전화공방을 설립해 이끌고 있는 발명가 후지무라 야스유키. 그는 라이프스타일 발명가를 자처한다. 비전화공방 서울 제공

일본 도치기현의 시골마을 나스에는 전기와 화학물질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살기를 실천하는 비전화공방이 있다. 이 곳의 철학과 노하우를 한국에 전하는 비전화공방 서울이 이달 오픈함에 따라 설립자인 발명가 후지무라 야스유키(73)씨가 와서 10일 서울시와 업무협약식을 했다. 일본 비전화공방은 2000년 설립됐다. 이날 오전 불광동의 서울혁신파크 내 비전화공방 서울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서울에서 이뤄질 실험에 큰 기대를 나타냈다.

“우리의 제안은 단순히 전기와 화학물질을 쓰지 말자는 게 아니라 물질적 풍요보다 정신적 풍요를 더 소중히하자는 거예요. 그러면서도 불편하고 힘든 게 아니라 더 편하고 즐겁게 삶을 바꿔 나가는 게 비전화 방식이죠.”

그는 자신이 발명한 비전화 미니탈곡기의 핸들을 돌려 볍씨를 도정하고, 착유기로 참깨 기름을 짜는 시연을 해 보였다. 그 쌀과 참기름이 얼마나 맛있는지는 말할 것도 없다. 일본 최고의 발명가로 꼽히는 그는 장남의 천식이 환경오염 탓임을 안 뒤로 비전화 기술에 집중해 왔다. 몽골 유목민들을 위해 만든 전기 없이 쓰는 냉장고를 비롯해 제습기, 커피로스터, 식품건조기 등 1,000가지 이상의 비전화제품을 발명했다. 나스 공방의 집, 카페, 작업실, 농장도 전부 비전화 방식이지만 전혀 불편하지 않고 쾌적하다. 그는 이 기술들을 누구나 쓸 수 있게 무료 공개하고 있다.

비전화공방 서울은 18~39세 청년들로 비전화 제작자 과정 1기를 모집해 출발했다. 12명을 뽑았는데 63명이 지원서를 냈다. 비전화기술과 생활방식을 배워 돈과 에너지, 소비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주도적으로 살아갈 힘을 기르는 과정이다. 그는 매달 한 차례 서울에 와서 1주일 정도 머물며 이 청년들을 지도한다.

“일본 비전화공방은 17년 경험이 있어서 지원자가 많지만, 서울은 아직 아무 실적이 없는데도의욕적인 청년들이 많이 온 것을 보니 기대가 아주 큽니다. 이들이 1년 과정을 마치고 자립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많은 청년에게 희망이 되지 않을까요. 비전화공방이 희망을 되찾는 곳이 되기를 바랍니다.”

제작자 과정의 자립 훈련은 한 달에 이틀 일을 하고 남은 날들은 자급자족 활동을 해서 삶을 여유롭게 꾸려가는 ‘스몰 비즈니스’로 마무리된다. 경쟁하지 않고 협력하는 착한 일로 꼭 필요한 만큼만 벌어 일에 치이지 않고 느긋하게 살자는 기획이다. 이게 대도시 서울에서 가능할까.

“늘 받는 질문이죠. 일본 비전화공방은 시골이라 가능했던 게 아니냐고요. 그런데 호주, 대만, 도쿄에서도 많은 사람이 이미 그렇게 살고 있어요. 서울이라고 안 될까요? 제 제안의 3분의 1은 도시에서도 가능한 것들입니다. 모든 사람이 다 시골로 갈 필요도 없고요.” 비전화운동의 핵심은 결국 삶의 방식이고 태도다. 그는 “물질적 풍요만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음을 깨닫고 비전화공방의 활동에 공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오미환 선임기자mh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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