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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분할·인수합병도 새로운 통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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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분할·인수합병도 새로운 통로로

입력
2015.09.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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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가치 훼손·오너 리스크 등 우려

기업 분할과 인수합병(M&A)은 재벌 승계의 새로운 통로로 각광받고 있다. 인수합병이 현행 법률 상 문제가 없다는 평가가 많지만, 경영권 승계만을 목적으로 한 인수합병이 개미투자자 피해에 더해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오너리스크’를 키워 우리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삼성그룹은 2013년 제일모직ㆍ삼성에버랜드 합병과 최근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 등 두 차례 합병을 통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서 이재용 삼선전자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ㆍ삼성생명으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중심 축이 되는 기업이지만, 이 부회장은 지금까지 이렇다 할 지분이 없었다. 하지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제일모직 최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은 지분율 16.54%로 단숨에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은 각각 0.57%, 0.06%에 불과하지만 통합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3대주주(지분율 4.06%)여서 그룹 지배력이 크게 강화됐다. 삼성물산은 삼성생명(19.3%) 삼성SDS(17.08%) 등 그룹 내 핵심 기업들의 지분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앞서 제일모직과 삼성에버랜드의 합병을 통해 지분율 23.23%로 통합 제일모직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 부회장은 1996년 12월 48억3,091만원으로 인수한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에버랜드 주식 62만7,390만주로 바꿔 에버랜드 최대주주가 된 지 20년이 채 안 돼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배자 자리에 오르게 됐다.

SK그룹 최태원 회장도 최근 SK(주)와 SK C&C 합병을 통해 그룹 지배구조를 사실상 완성했다.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8년여 만이다. SK그룹의 지배구조는 지금까지 최 회장이 최대주주(지분율 32.92%)로 있는 SK C&C가 그룹 지주회사인 SK(주)를 지배하는 불완전한 방식이었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주) 지분이 사실상 전무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최 회장은 SK(주) 지분 31.92%를 보유한 SK C&C를 통해 그룹 지배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번 합병으로 최 회장은 지분율을 0.02%에서 23.21%로 끌어올리며 통합 SK(주)의 최대주주가 됐다. 통합 SK㈜는 SK그룹 주요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지분율 33.4%), SK텔레콤(25.2%), SK네트웍스(39.1%), SKC(42.3%), SK건설(44.5%), SK해운(83.1%), SK E&S(94.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대림산업그룹도 합병을 통해 이준용 명예회장에서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대림산업그룹은 지주사 기능을 하는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I&S의 합병을 지난 7월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이 명예회장이 보유한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은 종전 60.9%에서 42.7%로 낮아지고, 이 부회장 지분은 32.1%에서 52.3%로 높아지면서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기업의 인수합병 결정이 기업가치 제고나 주주이익 실현이 아닌 재벌 총수 일가의 승계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오너리스크 심화에 따른 우리 경제 체질 약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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