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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 핵 합의 파기에 무게… 북핵 영향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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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 핵 합의 파기에 무게… 북핵 영향 주목

입력
2018.05.08 16:0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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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ㆍ메르켈 등 전방위 설득 무위

이란 대통령 “나머지 서명국과 합의 유지”

당장 와해 안 되고 재협상 힘겨루기 전망

북미, 정상회담 기싸움도 치열해질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오하이주 클리브랜드에서 열ㄹ린 세제 개혁 토론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오하이주 클리브랜드에서 열ㄹ린 세제 개혁 토론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파기 여부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어서 중동 정세가 출렁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합의 파기 결정을 내릴 경우 북핵 문제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트위터 계정에서 “내일 오후 2시(한국시간 9일 오전 3시) 백악관에서 이란 핵 합의에 대한 나의 결정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체결된 이란 핵 합의에 대해 그간 지속적으로 “사상 최악의 합의”라고 비판해왔다는 점에서 파기 쪽으로 기울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합의 유지를 위해 트럼프 정부를 설득해왔던 유럽의 한 외교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핵 합의를 유지할 가능성은 아주 미미하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앞서 미국을 방문해 중재 노력을 기울였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지난달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사정 때문에 이 합의를 끝낼 것으로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 설득에 실패했음을 시사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도 잇따라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에 강경한 외보 라인을 상대로 핵 합의 잔류를 전방위로 설득했으나 무위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핵 합의 파기 여부 발표를 예고하면서 이란 핵 합의를 체결한 전임 정부를 재차 비난하며 탈퇴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미국은 매우 형편없이 협상한 이란 핵 합의에 대한, 존 케리의 불법 가능성이 있는 비공식 외교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란 핵 합의를 성사시킨 당사자로서 합의를 유지하고자 민간 외교 활동을 펴는 것으로 알려진 존 케리 전 국무부 장관을 비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맨 처음 이런 난장판을 벌여놓은 사람"이라며 비난했다.

다만 미국이 이란 핵 합의에 탈퇴하더라도 당장 이란 핵 합의가 와해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날 “JCPOA에 대한 우리의 기대가 미국 없이도 충족될 수 있다면 그건 훨씬 더 좋은 일”이라면 미국이 탈퇴하더라도 나머지 서명국들과 핵 합의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제외한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이 합의 내용을 계속 보장해준다면 핵개발을 하지 않고 JCPOA를 준수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도 이란 핵 합의에 탈퇴해 이란 제재에 착수하더라도 이란과 경제 관계를 맺고 있는 제3국에 대한 제재는 가하지 않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이란 핵 합의의 전면적 와해 보다는 이란과의 재협상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란 정부는 재협상에 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어서 당분간 중동 정세가 극도의 긴장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6일 독일 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하면) 우리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이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이란 핵 합의 파기는 내달 열릴 것으로 보이는 북미정상회담에도 영향을 미쳐 북미간 물밑 기싸움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행정부가 서명한 핵 합의를 불과 3년도 되지 않아 후임 행정부가 뒤집는다면, 북한 입장에선 미국 정부의 신뢰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제재 해제나 체제 보장과 관련한 안전 장치를 더욱 강하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 입장에선 이란 핵 합의를 파기해놓고 북한과의 비핵화 합의가 허술하면 자국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어 더욱 깐깐한 비핵화 조치와 검증 장치를 밀어 붙일 공산이 크다.

다만 미국의 이란 핵 합의 파기가 진작부터 예고된 상황에서 북핵 협상이 진행돼 왔던 터라 북미 정상회담의 큰 흐름을 바꿀 정도로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 전망이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도 이날 토론회에서 “북한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는 측면에서 그들이 이를 부정적으로도, 긍정적으로도 여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그들은 자신이 다른 누구와도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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