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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보다 10년 먼저… 생사 넘나든 개들의 첫 우주 탐사

입력
2015.07.2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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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날아간(날려진) 개라면 ‘라이카(사진)’가 유명하지만, 1950,60년대 소련이 우주선에 태워 보낸 개는 알려진 것만 57마리다. 탐사ㆍ실험의 성패에 생사를 건 비행. 라이카처럼, 처음부터 죽음이 예정된 비행에 내몰린 개도 있었다.

1951년 오늘(7월 22일), 최초의 우주 탐사견 데지크(Dezik)와 치간(Tsygan)이 R-1로켓으로 지구저궤도(sub-orbital) 비행에 나섰다. 그들은 성층권(해발 50km) 너머 해발 110km에 도달, 그 높이에 오른 최초의 지구 생명체가 됐다. 두 개는 생환했다. 하지만 두 달 뒤 새로운 저궤도 탐사에 동원된 데지크는 함께 탔던 리사(Lisa)와 함께 숨졌다. (훗날 치간은 한 소비에트 우주비행사에 의해 입양됐다.)

실험에 동원된 개는 모두 떠돌이 개였다. 떠돌이 개가 보살핌을 받아온 개보다 극한 상황과 스트레스에 강할 것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판단이었다. 주인이 없으니 승인 절차가 덜 번거롭고 죄의식 같은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었을 것이다. 또 모두 암컷이었다. 기질적으로 덜 성마르고, 성기 구조상 배설물 처리기능을 갖춘 우주복을 디자인하는 데 편해서였다.

57년 11월 3일 스푸트니크2호에 오른 라이카 역시 암컷 떠돌이 개였다. 라이카는 위성궤도(정지궤도, 해발 약 3만6,000km)에 도달한 최초 생명체가 됐지만, 스푸트니크2호는 귀환 계획이 없는 우주선이었다. 58년 4월 14일 대기권 재돌입 도중 우주선은 소멸했고, 소비에트 정부는 실험 성공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라이카는 귀환 직전 독이 든 먹이를 먹고 안락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99년 공개된 자료에서 라이카는 비행 개시 5~7시간 뒤 이미 맥박 등 생명 신호가 끊긴 사실이 확인됐고, 2002년 한 과학자는 온도조절시스템 고장으로 인한 고열과 스트레스가 사인이라고 논문에 썼다.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이 지구궤도를 1시간 48분 돌고 “지구는 푸르다”는 사실을 인류에게 알린 건 개들이 우주 탐사에 나선 지 10년 뒤(횟수론 29차례)인 1961년 4월 12일이었다. 마지막 탐사견은 66년 2월 22일 코스모스110호의 베테로크(Veterok)와 유골리요크(Ugolyok)였다. 둘은 22일간 지구 궤도를 돌고 귀환했다. 그들의 기록은 10년 뒤인 71년 6월(소유즈 11호)에야 깨졌다.

60년 8월 스푸트니크5호에 태워졌다가 생환한 스트렐카(Strelka)는 61년 연구소의 실험용 수컷(푸쇼크)과 새끼 6마리를 낳았고, 그 중 한 마리(푸싱카)를 흐루시초프가 J.F 케네디의 딸 캐롤라인에게 주는 선물로 내어줌으로써 냉전 해빙에도 힘을 보탰다.

‘빛’없는 길에 인간을 인도한 생물은 개 외에도 토끼와 생쥐, 몇 종의 곤충과 식물이 있었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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