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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촛불민심은 朴 대통령 하야, 민주당 지도부 괴리… 버림받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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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촛불민심은 朴 대통령 하야, 민주당 지도부 괴리… 버림받을 수도”

입력
2016.11.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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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지도부 애매한 태도

“여의도 향한 불신으로 확산”

퇴진 주장은 대선 전략인가

“국민과 함께라면 더 선명해야”

대통령 하야로 혼란 우려

“거국내각 등이 불확실성 더 커”

전임 시장만큼 성과 있나

“하드웨어 아닌 시민 꿈을 실현”

박원순 서울시장이 11일 서울시청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하야를 주장하면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당 차원의 참여를 강조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박원순 서울시장이 11일 서울시청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하야를 주장하면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당 차원의 참여를 강조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더불어민주당 대선 잠룡으로 거론되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11일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촛불민심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반대뿐 아니라 야당을 포함한 여의도 정치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촛불정국에서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대통령 하야’라는 민심의 요구와 괴리돼 있다”며 적극적 대응을 촉구했다.

박 시장은 이날 서울시청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도부가 이런 상황으로 계속 간다면 민주당이 국민으로부터 버림받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거국중립내각의 총리에게 계엄선포권과 국군통수권 등도 이양해야 한다고 거론한 것에는 “헌법에 있지도 않은 내용으로, 오히려 헌법을 유린하는 것”이라고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_최순실 게이트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대내외적 난국에도 대통령 하야가 필요하다는 것인가.

“우리나라는 현재 리더십 공백으로 어려움을 헤쳐 나갈 주체가 사라졌다. 대통령의 즉각 사임밖에는 길이 없다. 거국중립내각이나 탄핵 등의 주장은 현재의 불안정한 상황을 지속적으로 가져가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_당초 신중한 입장에서 대통령 하야 요구로 급선회한 배경이 있나.

“지난달 30일 경남 창원에서 강연을 준비하다 한 분으로부터 ‘박 시장은 정치인으로서 국민 앞에 꿇어앉을 용의가 있느냐’는 말씀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현 상황이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문제이지만 국민 입장에선 정치권 전체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많은 성찰을 하게 됐고 ‘즉각 하야’가 정답이라 생각했다.”

_대선 후발주자로서 지지도 상승을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선 게 아닌가.

“국민과 함께 하는 것이 선명성이라고 한다면 더욱 선명해야 한다. 우리에게 다가온 위기의 본질을 보고 해결책을 고민하면서 국민의 판단이 옳다고 보고 국민과 함께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_촛불집회 참여가 박 시장의 대선 전략과 상관 없다는 말인가.

“정치인이 당파적 이해와 정략적 고려를 하는 것을 현명한 국민들이 모르겠나.”

이와 관련, 박 시장은 지난 3일 기자들에게 “나는 모든 것을 버렸다”며 “대선 출마를 할 수 없게 되더라도 대통령의 하야를 계속해서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뷰 도중 대선 출마 의향을 묻는 질문에도 “절박한 위기에서 개인적 이해는 벗어 던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_대통령 하야 시에 더 큰 정치적 혼란이 올 거라는 우려도 적지 않은데.

“헌법에 ‘60일 이내 선거’라는 규정대로 하면 된다. 대통령 사임에 따른 짧은 선거기간, 선거관리 부담 등의 우려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국중립내각, 책임총리로 인한 불확실성이 더 크다. 이미 식물상태가 된 대통령이 국정의 어디까지 관여할지에 대한 합의부터 어려운 상황이지 않나.”

_민주당 지도부가 문재인 전 대표의 입장을 과도하게 의식하고 있다고 보나.

“일반 국민들은 우리 당을 ‘친문(재인)당’이라고 얘기한다. 여의도 정치를 해보지 않아서 구체적 상황은 잘 모르지만, 문 전 대표와 지도부가 하야 정국에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_민주당의 요구조건이 오락가락하는 데 대한 비판이 높다.

“국민이 국무총리 한 명 바꾸려고 촛불을 들었나. 정치인이라면 민심의 도도한 흐름을 깨달을 수 있는 감수성이 필요하다. 여기에 자꾸 새로운 조건을 붙이니 혼선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_촛불집회에서 확인한 민심은 무엇인가.

“대통령의 헌정 유린에 대한 분노와 함께 새로운 정치 질서에 대한 소망이 서려 있었다. 민심과 함께 해줄 수 있는 정치 지도자를 구하는 것 같았다. 결국 정치인이 있어야 할 곳은 국민 속이다. 민심이란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 민심이라는 도도한 흐름 위에 있지 않으면 누구도 대한민국이란 배를 온전하게 이끌 수 없다.”

_시민운동가 출신으로서 민심과 정치권을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 않나.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무소속 후보로 거대정당 후보들을 이기고 당선됐다. 일엽편주, 즉 쪽배가 항공모함을 이긴 셈이다. 제가 만든 참여연대, 희망제작소 등의 단체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도 제가 잘해서가 아니라 시민과 늘 함께 했기에 가능했다. 그러한 초심을 갖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결과는 시민의 판단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_시장 재임 동안 이명박, 오세훈 전 시장에 비해 가시적 성과가 없는 게 아닌가.

“서울시장은 시장의 꿈을 실현하는 자리가 아니라 시민의 꿈을 실현하는 자리다. 저에게도 큰 사업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다음 단계로 가라는 요구가 많았다. 하지만 서울에 중요한 것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다. 서울에 아무리 번쩍번쩍한 건물을 짓는다고 뉴욕이나 런던이 되지 않는다. 2,000년의 역사를 갖춘 서울은, 아름다운 산과 강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고 위대한 시민들을 가진 도시이다. 그게 바로 서울의 랜드마크다. 지난해에만 8조원이 넘는 직접투자 유치를 이끌어냈다. 서울이란 매력과 정체성을 강화한 결과다.”

_미 대선 결과가 우리나라에 주는 함의가 있다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은 기성 정치권, 특권화된 기존 질서에 대한 반감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상황이다. 국민들의 분노와 새로운 정치질서에 대한 갈망, 민생과 유리된 정치 질서에 대한 분노가 깔려 있다. 이번 촛불정국이 향후 여의도의 정치 질서를 향해 불타오르고 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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