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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작계’ 해킹 여부조차 국방부가 모르쇠로 일관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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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작계’ 해킹 여부조차 국방부가 모르쇠로 일관해서야

입력
2017.10.10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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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우리 군 정보망의 중추신경이라고 할 국방통합데이터센터가 북한인으로 추정되는 해커에 해킹당하면서 전쟁 시 북한 지도부 참수작전 내용이 담긴 ‘작전계획 5015’ 등 기밀 자료 상당수가 유출되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에 따르면 해킹된 자료 중에는 ‘작계 5015’와 함께 침투ㆍ국지 도발 대응 계획인 ‘작계 3100’, 특전사령부의 ‘유사시 계획’, 군부대와 발전소 등 국가 중요시설 방호 계획, 한미 고위 지휘관에 대한 업무보고 자료와 을지프리덤가디언 회의 내용 등 2급 기밀 226건과 3급 기밀 42건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사건은 국방부 검찰단이 지난 5월 수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당시에도 해킹 피해 자체는 물론이고 이에 대한 군 당국의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보안업체 선정이나 군 내부망인 국방망과 인터넷망 분리에 소홀한 점이 있었는데도 이런 책임을 해당 보안업체에 미루었다는 지적이 일었다. 또 당시에도 전시 작전계획 유출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군은 그 여부를 보안 사항이라는 이유로 확인해 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군이 해킹당한 자료의 전모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만에 하나 ‘작계 5015’ 등의 해킹 피해가 사실이라면 우리 군의 유사시 대응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중대 사건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작계’ 해킹 지적까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군은 여전히 어떤 자료가 유출되었는지에 대해 “작전과 관련된 사안”이라며 입을 다물고 있다. 이 사건과 시기는 다르지만 사이버전을 담당하는 국군사이버사령부는 이명박 정부 시절 댓글 등 공작 혐의가 불거져 사법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군과 군의 사이버 작전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진 상태다.

이런 마당에 어떤 이유로, 어떤 자료들이 해킹당했는지 궁금해 하는 시민을 향해 무조건 감추고 보자는 폐쇄적 사고로 일관해서는 군이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생존배낭을 꾸리는 사람까지 나올 정도로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로 인한 한반도 군사 긴장이 높아져 있다. 이처럼 전쟁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시민의 불안을 불식시키고 동요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군의 든든한 대비 태세가 무엇보다 중요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 설사 과거 잘못이 있었더라도 이를 가능한 수준에서 공개해 되풀이 않기 위한 교훈으로 삼아야 마땅하다. 방산 비리 척결 등 새 정부가 힘을 쏟는 국방개혁도 숨기고 보자는 군의 이 같은 구시대적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헛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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