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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와 이란 막을 수만 있다면… 손 잡는 중동 앙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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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와 이란 막을 수만 있다면… 손 잡는 중동 앙숙들

입력
2018.02.05 18: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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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이집트 허가로

시나이 지역 IS 겨냥 공습

무함마드 사우디 왕세자는

이스라엘 극비 방문설도

2015년 10월 이슬람국가(IS)가 장착한 폭탄이 터져 이집트 시나이 지역에 추락한 러시아 민간 여객기 잔해. 이 사건은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IS 격퇴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손을 잡게 된 직접적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AFP 연합뉴스
2015년 10월 이슬람국가(IS)가 장착한 폭탄이 터져 이집트 시나이 지역에 추락한 러시아 민간 여객기 잔해. 이 사건은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IS 격퇴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손을 잡게 된 직접적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AFP 연합뉴스

‘중동의 화약고’ 이스라엘은 그 동안 아랍권 국가들에겐 ‘공공의 적’이었다. 그런데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무차별 테러 확산, 사우디아라비아(수니파)와 이란(시아파)의 패권 경쟁 가열 등 정세 변화에 따라 이런 구도가 허물어지는 모습이다. 이스라엘과 이집트ㆍ사우디가 “적의 적은 친구”라는 논리에 따라 앙숙관계를 일단 접고 새로운 ‘암묵적 동맹’을 맺었다고 볼 만한 사실들이 최근 속속 드러나고 있다.

주목할 대목은 ‘IS의 위협 저지’라는 깃발 아래 뭉친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협력 관계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2015년 말 이후 최근까지 IS 등 테러세력을 겨냥, 이집트 시나이 지역에 100차례 이상 공습을 감행했다. 이는 모두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의 허가로 이뤄졌다. 이 신문은 “과거 3차례 전쟁으로 원수가 됐던 두 나라가 공동의 적(IS)에 맞서는 은밀한 전쟁 속에서 ‘비밀 동맹’이 되는 새로운 단계에 접어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국이 손을 잡은 직접적 계기는 2015년 10월 이집트 시나이 반도 상공에서 러시아 여객기가 IS의 폭탄 테러로 폭발, 탑승자 224명이 전원 사망한 사건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스라엘도, 이집트도 이 사실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다. 공습에 나선 무인항공기와 전투기 모두 ‘이스라엘’ 표식을 가렸고, 때로는 이집트 본토에서 출격한 것처럼 보이려고 항로를 우회했다. 국내 반발을 우려해 언론 보도도 통제했는데, 이집트 정부는 4일에도 해당 보도를 ‘오보’라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그러나 양국 협력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스라엘과 시나이에서 활동했던 연구원 잭 골드는 “이스라엘에서 핵무기 프로그램을 언급하려면 ‘외국 언론에 따르면’이라는 농담을 붙여야 하는데, 이스라엘군의 이집트 내 공습 작전도 그와 같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미국의 한 전직 관리가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반테러 비밀 동맹’에 대해 ‘큰 거래(big deal)’라고 표현했다”고 전했다.

이집트가 사우디와 함께 이란의 세력 확장에 맞서는 수니파 국가라는 점에서, 이스라엘의 행보는 ‘반(反) 이란’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WP는 “모세 야론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2016년 ‘이스라엘 관리들이 걸프만 국가에서 공통의 나쁜 녀석(이란)에 대응하기 위해 비밀 모임을 가졌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에 맞서는 중동 몇몇 국가와 동맹관계에 있다. 이란 핵무장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일각에선 지난해 9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이스라엘을 극비 방문했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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