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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잡는 진드기’에 물려 올들어 벌써 10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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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잡는 진드기’에 물려 올들어 벌써 10명 사망

입력
2018.06.11 22: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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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간 137명 목숨 잃어…기온 올라 진드기 개체수 급증

최근엔 도시 공원에서도 발견

풀밭에 옷 놓거나 눕지 말아야

일본뇌염 주의보는 벌써 발령

A형 간염ㆍ각결막염도 증가세

외출후 손 꼭 씻어야 감염 예방

흥겨운 야외활동에 나섰다가 무심코 풀밭에 앉거나 누웠다가 ‘사람 잡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높다. 올해에만 벌써 20여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게티이미지뱅크
흥겨운 야외활동에 나섰다가 무심코 풀밭에 앉거나 누웠다가 ‘사람 잡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높다. 올해에만 벌써 20여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계절성 감염질환이 기승이다. 이른 더위 탓이다. 지난 4월 ‘살인 진드기’로 불리는 참진드기에 물려 감염되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이 첫 발생한 이래 사망자가 10명을 넘어섰다. 게다가 4~6월에 집중 발생하는 A형 간염, 물놀이하다 걸리는 유행성 각결막염 등도 유행이다. 작은빨간집모기가 지난 4월 국내에서 발견되면서 일본뇌염주의보가 일찌감치 발령됐다.

진드기. 게티이미지뱅크
진드기. 게티이미지뱅크

‘사람 잡는’ 진드기, 풀밭에 눕지 말아야

진드기 종류로는 참진드기(작은소피참진드기) 물렁진드기 털진드기 집먼지진드기 옴진드기 응해 등 760종 이상이 있다.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로 바뀌면서 진드기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기온이 평균 1.6도 올라가면 진드기 개체가 4배로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 가운데 참진드기는 사람의 피를 빨아먹으면서 사람에게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을 감염시킨다. SFTS는 4~11월 SFTS 바이러스를 보유한 참진드기에 물린 뒤 6~14일 잠복기 후 38~40도 고열과 오심, 구토, 설사 등 소화기 증상과 무기력증, 식욕부진 등을 보이는 감염병이다.

SFTS는 2013년 국내에서 첫 발생한 이래 환자가 지난 4년간 7.6배나 보고됐다. 올해는 지난 4월 첫 SFTS 사망 환자가 발생한 이래 사망자가 10명이나 된다. 최근 5년간 137명이 참진드기에 물려 발생한 SFTS로 목숨을 잃었다. 병원을 찾은 환자 가운데 사망한 환자가 20%가 넘는다. 여성 고령층이 농업활동을 하거나 임산물을 채취하다 감염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채준석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는 11일 ‘진드기 매개 감염병의 이해와 건강한 야외 활동’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6회 국민생활과학기술포럼에서 “참진드기는 우거진 풀숲ㆍ야산에서 주로 살지만, 최근엔 도시의 공원ㆍ뒷산 등에서도 발견된다”고 했다. 2016년 서울 동대문구와 성동구 용산구 마포구 구로구 금천구 강남구 일대에서 유기 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 수술을 시키는 과정에서 일부 고양이가 참진드기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SFTS는 예방백신과 표적치료제가 없다. 따라서 야외 활동할 때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긴 옷을 입고 보호장구를 착용한다. 작업복과 일상복은 구분해 입고 논밭에서 일할 때 소매를 단단히 여미고 바지는 양말 안으로 집어넣는 것이 좋다.

진드기 기피제도 도움된다. 풀밭 위에 옷을 벗어두거나 눕지 말고 등산로를 벗어난 산길은 가지 말아야 한다. 귀가 후 옷을 털고 즉시 목욕한 뒤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국립보건연구원 조사(2015)에 따르면, 진드기에 물리는 곳은 대퇴부 인근(18.6%), 무릎ㆍ오금 등 하퇴부(13.6%) 등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SFTS는 일본에서 일부 약제(favipiravir)가 실험적으로 쓰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효과적인 항바이러스제가 없다”며 “증상에 따른 적절한 내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입을 통해 전염되는 A형 간염에 걸리지 않으려면 손 씻기 등 개인 위생 청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입을 통해 전염되는 A형 간염에 걸리지 않으려면 손 씻기 등 개인 위생 청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4~6월에 주로 발병하는 A형 간염

A형 간염은 4~6월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연간 발생 환자가 2016년에는 34.9%, 2017년에는 33.3%를 차지했다. A형 간염은 입을 통해 몸으로 들어가는 전염(경구 감염)이기에 요즘 같은 야외활동이나 단체활동이 잦은 계절에 많이 감염된다.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15~45일 정도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나타난다. 식욕감퇴, 구역, 구토, 전신 쇠약감, 복통, 설사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심하면 황달 등 간 기능 이상이 나타나 한 달 이상 입원 치료를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A형 간염에 감염돼도 6살 이하라면 절반 정도에서는 증상이 없다. 증상이 생겨도 열감, 피로 등 감기 증상과 비슷해 감염을 모르는 채 지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6살 이후에 걸리면 70% 정도가 피부나 눈의 하얀 부분이 노랗게 물드는 등 황달을 동반하는 전형적인 간염 증상이 나타난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심각한 증상을 보일 가능성은 커지며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

특히 A형 간염 바이러스는 산이나 열에 강하다. 다른 바이러스는 75도 정도로 가열해도 죽는다. 하지만 A형 간염 바이러스는 85도 이상 가열하거나 수돗물과 같이 소독한 물을 마셔야 문제가 없다.

또 A형 간염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먹지 말아야 한다. 외출 후나 식사 전에 손을 철저히 씻어야 한다. 가족 중에 환자가 있다면 음식과 용기를 따로 써야 한다. 정진용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소화기내과 과장은 “외출 전후나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본 후, 음식 조리 전에는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을 씻어 청결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A형 간염은 치료제가 없는 만큼, A형 간염 예방백신을 접종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나라 A형 간염 환자의 85%는 20~40대 환자다. 이들은 어린 시절 위생적인 환경에서 자라와 A형 간염에 감염된 적이 없어 자연 항체가 없는 경우가 대다수다.

작은빨간집모기
작은빨간집모기

이른 더위로 일본뇌염주의보 조기 발령

이른 더위 탓에 일본뇌염을 옮기는 작은빨간집모기가 평년보다 일찍 부산에서 발견돼 일본뇌염주의보가 발령됐다. 일본뇌염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 왜가리의 피를 빤 모기를 통해 사람에게 전파된다. 논이나 동물축사, 웅덩이 등에 사는 작은빨간집모기를 통해 주로 감염된다.

일본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에 물려도 환자 99%는 증상이 없거나 가볍게 앓고 지나간다. 그러나 열 나고, 심한 두통, 구토, 경련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급성뇌염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신경장애, 운동장애, 혼수상태, 뇌전증 등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뇌염 환자의 20~30%는 목숨을 잃기에 매우 주의해야 한다.

일본뇌염에 걸리지 않으려면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야외활동을 할 때는 밝은 색 긴 바지와 긴 소매 옷을 입어 피부 노출을 줄여야 한다. 진한 향수나 화장품을 쓰면 모기를 유인할 위험이 있다. 모기 기피제를 뿌리는 것도 도움된다.

유병욱 순천향대 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만성질환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졌거나 동남아시아 등 일본뇌염 유행지역으로 여행하려는 40대 이상 성인은 예방접종을 고려해야 한다”며 “예방접종은 유행 한 달 전에 맞는 게 좋다”고 했다.

사람 간 접촉이 원인이 유행성 각결막염

유행성 눈병인 각결막염도 늘고 있다. 아데노바이러스에 감염돼 두 눈이 충혈되고 통증이 생기며 눈곱이 끼고 이물감 등을 호소한다. 증상은 2주 넘게 지속된다. 특히 0~6세 영ㆍ유아 환자가 많아 아이를 키우는 집이나 어린이집 등에서 감염 예방에 신경 써야 한다.

유행성 각결막염은 사람 간 접촉으로 전파된다. 감염 환자가 손으로 눈을 만져 손이 오염되면 이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옮길 위험이 있다. 특히 손을 씻지 않고 장난감 등 물건을 만지면 이를 통해 다른 사람이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증상이 나타나면 2주 동안 전염력이 강해진다. 예방하려면 흐르는 물에 비누 등으로 30초 이상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눈을 만지거나 비비지 말고, 수건이나 베개, 담요, 안약, 화장품 등 개인 소지품을 다른 사람과 같이 쓰지 말아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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