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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좀비기업’ 처리, 마땅하나 시장만능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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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좀비기업’ 처리, 마땅하나 시장만능 경계해야

입력
2015.10.2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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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원의 자금 수혈 계획을 골자로 한 대우조선해양 지원계획이 전격 보류됐다. 22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임종룡 금융위원장,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참석한 청와대 회의 결정이다. 지원방침 자체가 무산된 건 아직 아니다. 하지만 지원을 해도 고강도 자구계획의 실천과 노조의 동의 여부를 확인한 뒤 나서겠다는 ‘선(先) 자구계획, 후(後) 정상화 지원’ 원칙을 분명히 했다. 향후 본격화 할 기업 구조조정에 앞서 정부의 결연한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대우조선은 ‘좀비기업’ 퇴출 등 당면한 기업 구조조정의 딜레마를 고스란히 함축하고 있는 기업이다. 글로벌 업황 부진과 천문학적 손실 등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대우조선 지원을 추진한 건 조선산업 국제경쟁력과 고용 유지 등 국가경제 차원의 판단이 작용했다. 하지만 살을 깎는 자구 노력의 필요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임협에서 직원 1인당 900만원씩의 격려금을 지급하는 ‘모럴헤저드’ 조짐이 나타나는가 하면, 노조는 벌써부터 임금동결 및 파업금지 등 채권단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자 시장원리에 따른 처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는 양상이다.

사실 말이 쉬워 ‘좀비기업’ 퇴출이지, 한 사업의 존폐를 결정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회생 가능성에 대한 판단은 차지하고라도 공익과 종사자들의 민생 등 걸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과거 ‘부실기업 정리’처럼 권위적인 정부가 직접 나서 교통정리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신속, 과감한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민간 채권단이 시장원리에 따라 한계기업의 존폐를 결정토록 하는 게 최선이다. 정부가 금융사 공동출자사인 유암코(연합자산관리)를 확대 개편해 기업 구조조정 추진의 핵심 기구로 내세우는 가장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장원리에 따른 기업 구조조정은 사실 단순하다. 기업에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한 채권단 입장에서 손실을 최소화 하는 결정만 하면 된다. 국가경제나 고용 같은 변수를 감안할 필요도 없다. 그런 식이라면 대우조선 회생을 위한 지원은 원점부터 재검토돼야 한다. 아울러 영업이익으로 채무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수많은 ‘좀비기업’들도 회생의 기회를 갖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좀비기업’처리가 아무리 시급하다고 해도 시장논리만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는 건 위험하다. 시장논리라는 게 결국 기업의 장기 가능성보다는 당장 채권단, 즉 금융사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단기 결정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실적 강박에 매몰돼 살아남아야 할 기업들까지 ‘학살’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차분한 균형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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