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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고위직 출신들이 ‘무허가 사외이사’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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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고위직 출신들이 ‘무허가 사외이사’ 활동

입력
2016.03.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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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수 전 총장 등 10여명, 변호사 활동하며 허가 없이 겸업

서울변회, 징계절차 검토

검찰 고위간부 출신 변호사 10여명이 서울변호사회의 허가 없이 대기업 사외이사로 활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변호사회는 이들에 대한 징계절차를 밟을지를 검토할 예정이다. 또 다른 고위 판·검사 출신 사외이사들에 대해서도 적법한 허가가 이뤄졌는지 추가로 조사할 방침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전직 검찰총장을 지낸 송광수(66) 변호사는 2013년부터 삼성전자 사외이사를 맡았다. 법무장관과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김성호(66) 변호사(CJ)와 김준규(61) 전 검찰총장(NH 농협금융지주), 이귀남(65) 전 법무장관(기아자동차), 서울동부지검장과 법제처장을 지낸 이재원(58)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롯데쇼핑), 문효남(65) 전 부산고검장(삼성화재해상보험), 서울고검장을 지낸 차동민(57) 김앤장 변호사(두산중공업), 정병두(55) 전 인천지검장(LG유플러스), 홍만표(57)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LG전자)도 겸직허가를 받지 않고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지난 18일 현대미포조선의 사외이사로 등기된 노환균(59) 전 법무연수원장은 겸직허가신청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변호사회는 29일 상임이사회를 열어 해당 변호사들을 조사위원회에 회부할지를 검토하고, 이 결과에 따라 서울변호사회장은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신청을 하게 된다. 서울변호사회 관계자는 “22일 기준 775명의 회원 변호사가 1,124건의 사외이사 겸직 허가를 신청했다”며 “다른 고위 판·검사 출신 사외이사에 대해서도 허가 여부를 추가로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변호사법 제38조제2항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법인의 이사가 되기 위해서는 소속 지방변호사회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외이사를 맡은 변호사들이 고액 연봉을 받고 법률자문을 해주며 기업의 로비창구가 되는 것을 걸러내기 위한 최소한의 자정 절차다. 특히 전직 검찰 고위간부 출신들이 사외이사로 임명될 경우 대기업 고위층이 연루된 검찰수사에 입김을 넣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노 전 원장은 “그 동안 사외이사 제의를 받고도 공직자윤리법이 정한 3년 간 거절했었다”며 “18일 주주총회 승인이 난 이후 신청 절차를 밟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전 법제처장과 정 전 인천지검장도 같은 날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고 22일 겸직허가 신청서를 접수했다. 또 한 전직 검찰총장은 “법률가로서 부끄럽지만 솔직히 몰랐다. 오늘 신고 절차를 밟았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변호사회에 겸직허가 신청을 한 변호사는 모두 28명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한 중견 변호사는 “그 동안 기업들은 검찰 수사의 방패막이로 활용하기 위해 전관 변호사를 낙하산 임명하는 등 사외이사제도를 파행적으로 운영하는 일이 많았다”며 “어느 기업에 어느 전관 변호사가 사외이사로 있는지 파악할 수 없으면 투명하지 않게 운영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관 출신 변호사가 겸직허가신청 의무를 몰랐다는 게 이해가 잘 안되고 숨기려는 의심도 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형식에 불과한 이 제도를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변호사법 주석서를 쓴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외이사 활동도 법률전문가로서 의뢰인에게 자문을 하는 활동의 일환이다”며 “형식적인 겸직허가제도로 규제하기보다는 신고제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지연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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