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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한인 표적 범죄, 해외 도피범 몰려간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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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한인 표적 범죄, 해외 도피범 몰려간 탓

입력
2015.11.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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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마닐라 코리안데스크에서 국내 파견 경찰과 필리핀 경찰이 업무 협조 대화를 나누고 있다. 경찰청 제공
필리핀 마닐라 코리안데스크에서 국내 파견 경찰과 필리핀 경찰이 업무 협조 대화를 나누고 있다. 경찰청 제공

“필리핀에서 한인 대상 범죄가 증가한 것은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른 도피 사범이 몰려오고 카지노 도박꾼까지 가세했기 때문입니다.”

필리핀 앙헬레스 지역 코리안데스크에 파견돼 있는 이지훈 경감은 5일 필리핀의 한인 대상 범죄가 증가한 이유를 이렇게 진단했다. 한인을 대상으로 한 혐오 범죄가 확산됐다기보다는 범죄를 유발할 수 있는 내국인이 현지에 많이 건너간 것이 더 큰 원인이라는 것이다. 현지에서 다른 외국인보다 한국인이 더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징후도 아직까지는 없다. 경찰청에 따르면 필리핀 내 외국인 가운데 1만명당 피살자수는 중국인 5.7명, 일본인 3.9명, 인도인 1.7명, 한국인 1.1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래도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해마다 10명 이상의 살인 피해자가 나올 정도로 사건이 잦다. 앙헬레스만 해도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3명의 한인이 총에 맞아 숨졌다. 강신명 경찰청장이 이날 필리핀으로 날아가 현지 외교부장관과 경찰청장, 이민청장을 잇따라 만나 대응책을 협의키로 한 것도 이런 위기 상황과 무관치 않다. 경찰청은 지금도 한인 대상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마닐라 2명, 앙헬레스 1명 등 총 3명으로 코리안데스크를 운용하고 있다.

경찰은 한인 상대 범죄가 급증한 배경에 국내 주요 피의자들이 필리핀으로 도피해 도박 등으로 수익 사업을 확장하며 범죄 발생 가능성을 높였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 경감은 “조직폭력배들이 도피 통로로 필리핀을 애용하면서 교민이나 관광객들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평소 현금을 다량으로 구비하는 한국인의 경제습관도 범죄 타깃이 되는 이유로 꼽힌다. 필리핀에서는 수도 마닐라 외에 전역에서 카드 사용이 제한적이다. 마닐라 코리안데스크 소속의 서승환 경감은 “현금 덩어리인 외국인은 범죄자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메트로 마닐라와 앙헬레스, 까비떼 세 지역은 각별히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현지 코리안데스크와 한인회를 활용한 두 갈래 전략으로 범죄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강 청장은 이번 방문에서 내년부터 17개 지방경찰청에 코리안데스크를 순차적으로 확대하자는 필리핀 경찰 수뇌부의 제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 17억원을 이미 신청한 상태다. 이와 별개로 지문인식기 등 필리핀 경찰에 수사 기자재 등을 지원하는 60억원 상당의 치안 협력 사업도 논의할 예정이다.

또 한인회 소속 현지 교민의 도움을 얻어 필리핀 경찰과 코리안데스크 간 가교 역할을 하도록 할 계획이다. 필리핀 지방청 산하에 ‘포컬 포인트(거점 지역)’를 설정하고, 교민 대표와 한국인 범죄를 담당하는 필리핀 경찰을 매칭해 범죄예방 활동은 물론 범죄 발생 후 수사 진행까지 긴밀한 협조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김성근 경찰청 외사국장은 “치안 수요에 부응해 코리안데스크를 대폭 늘릴 경우 납치ㆍ강도 등 강력범죄에 대한 심리적 억제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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