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화 입장 정리 필요한 듯
관련 보도 대신 ‘사상 교육’ 강조
북한이 ‘5월 북미 정상회담’ 제안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음달 남북 정상회담도 마찬가지다. 역사적 대화에 돌입하기 앞서 최대한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게 우리 정부의 분석이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북미 정상회담 관련 북한 당국 공식 반응이 아직 없다”며 “북한 나름대로 입장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듯 하고, 조심스러운 접근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남북 정상회담 언급이 없는 데 대해서도 “남북 간 실무적 협의가 필요하다”며 비슷한 취지로 답했다.
체제 지속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만남을 목전에 두고, 북한이 ‘회담 이후’에 대해서까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펼쳐두고 검토 중이란 분석이 나온다. 회담 의제조차 조율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섣부르게 회담 소식 및 입장을 공표했다가 내부 동요만 앞당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크다.
북한은 대신 사상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북미대화 소식을 접한 주민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작업이란 해석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1면 사설을 통해 “백두에서 시작된 주체혁명의 행군길은 아직 멀고 험난하지만 우리 군대와 인민의 신념은 확고하며 미래는 창창하다”며 ‘정신력’을 강조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일정기간 교육 후 북한 주민이 충격을 받아들일 만하다 판단될 때 대대적으로 회담 소식을 알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이 중요한 사건을 앞두고 침묵하는 건 새로운 현상은 아니라는 점에서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독일에서 베를린 구상을 발표했을 때도 북한은 9일 만에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2000년 3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베를린 선언을 발표했을 때는 “허튼 소리”라 비난성 반응을 내놓는 데 6일이나 걸렸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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