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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시간벌기', 최순실 검찰 공소장 분석 후 대응전략 짜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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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시간벌기', 최순실 검찰 공소장 분석 후 대응전략 짜려는 듯

입력
2016.11.15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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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하 변호사 “법리 검토에 시간”

‘잠재적 피의자’자인하는 태도

특검 추가 수사도 예정돼 있어

조사 한번으로 끝내려는 속셈도

100만 촛불민심 아랑곳않고

퇴진 의사 없다는 본심 드러내

박근혜 대통령 변호를 맡은 유영하 변호사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2016-11-15(한국일보)
박근혜 대통령 변호를 맡은 유영하 변호사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2016-11-15(한국일보)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의 ‘16일 대면조사’ 요청을 거부한 것은 자신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검찰의 예봉을 최대한 늦춰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비선실세 최순실(60ㆍ구속)씨의 국정농단 의혹의 모든 정점에 박 대통령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데도, 검찰 조사일정을 최대한 늦춰 시간을 벌면서 본격적인 방어태세를 구축하려 한다는 얘기다.

겉모습만 놓고 보면 박 대통령 변호를 맡은 유영하 변호사가 “16일 조사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조사 연기를 요청한 것은 무리가 없다. 검찰이 “15, 16일 중 조사를 받아달라”는 의사를 청와대에 전달한 시점은 지난 12, 13일쯤이다. 유 변호사가 선임된 것도 14일이다. 검찰 조사에 대비할 시간 자체가 턱없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게다가 검찰이 수 차례 밝힌 것처럼 박 대통령의 신분은 현재 ‘참고인’이다. 참고인은 출석을 강제할 수 없어 수사기관과의 조사일정 조율 과정에서도 자신의 편의대로 날짜를 희망할 수 있다. 유 변호사는 “검찰이 일방적으로 일정을 통보해 맞춰 달라고 했다”며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나 “사건 파악과 법리 검토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그의 언급은 예사롭지 않게 읽힌다. 박 대통령은 그 동안 미르ㆍK스포츠재단의 강제모금 의혹이나 최씨의 국정농단 등에 대해 “특정 개인의 비리”라면서 선을 그어 왔다. 유 변호사도 이날 박 대통령의 현재 심경에 대해 “(두 재단은) 선의로 추진했고 긍정적 효과가 적지 않았지만 이런 일이 일어나 가슴 아파한다”고 전했다. 이대로라면 박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도 이번 사태에 깊숙이 관여하지는 않은 ‘단순 참고인’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검찰 조사에 대비할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자신이 ‘잠재적 피의자’임을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 측은 19일 또는 20일 기소되는 최씨와 안종범(57ㆍ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공소장을 입수해 분석해 본 뒤, 대응전략을 짜려 할 공산이 크다. 검찰은 미르ㆍK스포츠재단의 강제모금 부분과 관련, 두 사람을 직권남용 혐의의 공범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안 전 수석은 “최씨는 정말 모르고, 대통령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는 입장을 초지일관 고수하고 있다. 이들의 공모 사실을 공소장에 기재하다 보면, 자연스레 박 대통령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 조사에 앞서 공소장을 통해 수사내용이나 방향을 사전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검찰 조사횟수를 최소화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유 변호사는 “검찰이 모든 의혹을 충분히 조사한 뒤, 대통령을 조사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특별검사에 의한 추가 수사도 예정된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이 수 차례 조사를 받는 ‘굴욕’을 맛보지 않겠다는 속내인 것이다. 청와대 내부에선 검찰이 16일 박 대통령을 조사한 이후 추가 의혹들을 확인하기 위해 두 번, 세 번 다시 조사하며 대통령을 망신 주는 상황이 연출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아예 이번 검찰 조사를 최대한 미뤄서 특검이 발족한 이후에 한 차례만 조사를 받으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여야가 특검에 합의해 곧 출범할 예정이고 최순실 게이트 관련 의혹과 ‘세월호 7시간’이 수사 대상에 포함된 이상 박 대통령은 특검에 의한 조사를 피할 수 없다. 특검 조사 한번으로 끝내기 위해 검찰 조사를 최대한 미루려는 것일 수도 있다. 한마디로 국민들의 ‘퇴진 요구’가 빗발치는데도, 박 대통령은 순순히 물러날 의사가 전혀 없다는 ‘본심’이 만천하에 드러난 셈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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