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연 32조 규모 서울시 금고 잡아라” 은행들 유치전 돌입

알림

“연 32조 규모 서울시 금고 잡아라” 은행들 유치전 돌입

입력
2018.03.21 18:00
20면
0 0

우리은행 104년 독점에서 복수 은행 체제로 공모

우리 “한 세기 동안 해킹, 전산장애 한 건 없어”

기관영업 잇따라 뺏긴 신한 설욕 나서… 국민ㆍ하나도 눈독

“거액 출연금만 부담… 수익성은 별로” 비판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시청 본관 건물. 연합뉴스
서울 중구 세종대로 시청 본관 건물. 연합뉴스

연 32조원 규모의 서울시 기금 관리를 놓고 104년간 ‘금고지기’를 한 우리은행과 새 주인이 되려는 경쟁 은행 간 쟁탈전이 시작됐다. 서울시 금고를 맡게 되면 다른 기관 영업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어 은행들이 사활을 걸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시는 오는 30일 차기 시금고 금융기관 관련 설명회를 열고 다음 달 은행들로부터 제안서를 받아 5월 중 공개경쟁 방식으로 이를 선정한다. 우리ㆍ신한ㆍKB국민ㆍKEB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은 이미 입찰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NH농협과 IBK기업은행도 적극 검토 중이다.

가장 큰 관심사는 우리은행의 장기 독점 체제가 무너질 지 여부다. 우리은행은 1915년 조선경성은행 시절부터 서울시 자금 관리를 맡아 왔다. 시금고는 줄곧 수의계약으로 선정되다 2011년부터 공개입찰로 바뀌었지만 금고 관리인은 달라지지 않았다. 시금고는 일반ㆍ특별회계를 관리하는 제1금고(30조원 규모)와 성평등기금, 식품진흥기금 같은 특정목적기금을 관리하는 제2금고(2조원 규모)로 나뉜다. 1금고는 수시로 돈을 넣고 빼는 입출금통장의 역할을, 2금고는 일정기간 돈을 묵혀두는 정기예금 성격이 강하다. 서울시는 그 동안 “세수가 크고 항목도 수천 가지에 이르기 때문에 자금 관리의 효율화가 필요하다”며 1ㆍ2금고를 한 은행과 거래해 왔다. 그러나 전국 17개 지자체 가운데 복수 은행 체제가 아닌 곳은 서울시가 유일하다. 타 은행 반발 등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서울시는 올해 공모부터 1ㆍ2금고를 분리해 입찰을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은행들은 1ㆍ2금고에 중복 입찰할 수 있고 각 금고별로 최고점을 받은 은행이 선정되는 만큼 같은 은행이 두 개 금고를 모두 맡을 수도 있다.

우리은행은 1ㆍ2금고를 모두 수성하겠다는 목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택스(ETAXㆍ서울시 지방세 인터넷 납부시스템)의 경우 회계간 자금이체가 빈번해 이에 특화된 전산 기술이 필요하다”며 “서울시는 물론 25개 구 내부 전산망을 우리은행 기술로 깔았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또 관련 전산 전문가가 1,600명에 달하고 지금껏 단 한번도 고객정보 유출이나 중단사고, 해킹 등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경쟁자 중에선 신한은행의 의지가 강하다. 신한은 지난해 경찰공무원 대출 사업권과 자산규모 600조원에 이르는 국민연금 주거래은행 선정에서 고배를 마셨다. 개인그룹 안에 있던 기관영업부문을 따로 떼어내 기관영업그룹으로 확대개편하고 ‘영업통’인 주철수 부행장보를 그룹장으로 임명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기관영업 전문가인 허인 국민은행장 역시 도전장을 냈다. 허 행장은 영업그룹 부행장 시절 아주대 병원(2016년), 서울적십자병원(2017년) 주거래은행을 따내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부산, 광주 등 다른 지자체 금고를 운영해 온 경험과 지점이 많아 시민들의 이용 편의성이 높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도 기관영업을 확대하기 위해 서울시금고 유치전에 가세했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이처럼 시금고에 눈독을 들이는 데는 ‘시 금고 주거래은행’이란 상징성이 주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우리은행만 하더라도 서울시금고지기란 타이틀로 국민연금 주거래은행, 서울시 25개구 가운데 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구의 주거래은행 등을 거머쥐었다.

일각에선 출연금만 클 뿐 수익성엔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시각도 없잖다. 과열 경쟁으로 흐를 경우 은행의 막대한 자금만 기관으로 흘러가고 은행 자체적으로는 별 수익은 내지 못할 수도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기관 영업 경쟁 때마다 과도한 출연금, 기관 직원을 대상으로 한 시장가보다 낮은 대출금리, 기관장과 이면계약 등이 늘 문제가 돼 왔다”며 “조건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합리적 선에서 경쟁이 될 수 있도록 당국도 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