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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하늘도 운 영결식, 이런 참사 다시는 없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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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하늘도 운 영결식, 이런 참사 다시는 없게 해야

입력
2017.12.24 18:0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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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가 겨울비로 젖은 가운데 24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희생자 19명에 대한 눈물의 영결식이 거행됐다. 전날 고 장경자씨의 첫 발인에 이어진 이날 영결한 희생자엔 ‘봉사천사’ 고 정송월씨, 친정어머니와 딸 모녀 3대가 함께 희생돼 안타까움을 더했던 고 김현중ㆍ민현중ㆍ김지성씨 등이 포함됐다. 대학 수시합격생 고 김다애씨의 이름도 올랐다. 이어 25일엔 고 최순정씨 등 5명, 26일엔 고 박한주 목사 등 4명의 영결식이 예정됐다.

참사 발생 사흘을 전후로 이어지는 희생자 영결식은 화마가 앗아간 고귀한 삶의 자취들을 되돌아 보게 한다. 식당을 운영해온 고 정송월씨는 8년 간 봉사단체에서 장애인 배식봉사를 하는 등 주변에 기꺼이 선의를 베풀 줄 아는 따뜻한 영혼의 소유자였다. 제천의 친정어머니를 찾은 딸 모녀 등 3대는 함께 식사한 뒤 손 잡고 사우나까지 같이 할 정도로 정다운 삶이 빛났던 행복한 이들이었다. 고 김다애씨도 대학 수시 합격 후 곧바로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 나섰던 야무지고 참한 젊은이였다. 그 외에도 희생자 한 분 한 분, 고귀하지 않은 삶이 어디 있겠는가.

영결식장을 울음바다로 만든 안타까운 사연들을 접하며 이번 화재가 참사로 이어진 원인과 책임을 다시금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화재 발생 초기 소방서 고가사다리가 40여분 동안 제 역할을 못해 민간 사다리차가 부랴부랴 나서야 했다. 우왕좌왕하다 귀중한 구조 골든타임을 흘려 보냈다. 점검 미비로 화재 건물 전체의 스프링클러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건물 외벽 마감 방식인 드라이비트 공법에 화재에 취약한 스티로폼을 쓰는 데 대한 우려가 한 두 번 나온 게 아니지만, 이번 화재 건물은 물론 최소한 ‘방화 지구’ 건물들의 스티로폼 사용 여부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었다.

뿐만 아니다. 20명이 희생된 2층 여자 목욕탕 외부 강화유리벽은 화재 진압착수 1시간이 지나도록 깨뜨리지 못했다. 게다가 여탕 비상구는 아예 대형 수납장에 막혀 있었다. 평소 일선 행정망과 소방 당국이 경각심을 갖고 좀 더 적극적이었다면 참사의 원인들이 대부분 제거될 수 있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피해자를 일일이 조문하며 울먹였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었다. 하지만 눈물만으론 사고 재발을 막을 수 없다. 보다 철저한 시스템 보완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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