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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쏠림 사회의 교육과 위정자의 역할

입력
2017.03.1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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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쏠림 현상은 다소 유별난 측면이 있다. 다른 사람들의 선택을 좇아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무척 강하다는 얘기다. 이 같은 행태는 우리 삶 도처에 편재해 있고 주로 부정적인 맥락에서 거론되곤 한다. 하지만 쏠림 현상이 항상 부작용만 수반하는 것은 아니다. 외환위기 당시에 우리 국민의 엄청난 결집력을 보여준 금 모으기 운동이 그 반증이다.

쏠림 현상은 교육 영역에서 좀 더 두드러진다. 기실 우리 교육문제의 상당 부분은 이 쏠림현상과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렵다. 대다수 학부모와 학생이 명문대 입학이라는 하나의 지향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데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문도 제대로 모른 채 대열에 합류한 경우도 허다하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다른 길을 생각하는 것은 중뿔나거니와 존중 받기도 힘들다. 아울러 모두가 중요하게 여기는 경쟁이기에 과정 역시 매우 엄정하고 공평할 필요가 있다. 수능일 듣기 평가 시간에는 비행기 이착륙마저도 금지되는 연유다. 이렇게 각별한 의미 부여를 받고 치러진 경쟁이다 보니 승자는 과도한 보상을 누린다. 반면 패자는 나중에 그 한 시점에서의 실패를 만회하기가 무척 어렵다.

이런 풍토에서는 학교나 교사로서도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문제점을 직시하고 있더라도 무력감을 느끼며 거역하기 어려운 현실에 순응해야 한다. 이 때문에 새로운 패러다임의 교육에 대한 요구가 비등함에도 한 세대 전과 비교하여 우리의 학교교육은 큰 틀에서 달라진 게 거의 없다. 오히려 이전보다 명문대 입학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노력이 훨씬 이른 시기부터 나타나고 있다.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과도한 영유아 사교육이 바로 그것이다.

교육 영역에서 쏠림 현상을 추동하는 핵심 동인은 불안이다. 불안은 한국인의 삶 전반을 지배하고 있지만 특히 교육적 선택에 심대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좁은 국토에서 변변한 부존자원도 없이 각박한 삶을 영위해야 했던 한국인에게 교육은 생존의 방편이었다. 이런 현실 자체만으로도 교육의 장에서 치열한 경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여기에 더해 경쟁 참가자의 간단치 않은 면면이 문제를 더욱 심화시킨다. 영국의 심리학자 리차드 린에 따르면 한국인은 중국인, 일본인과 함께 평균적으로 세계 최상위권 지능(IQ)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이렇게 인지능력이 우수한 참가자 대다수는 ‘아무도 2등은 기억하지 않는다’는 사회에서 경쟁에 참여하고 있음도 잘 알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엄청난 노력과 투자가 이루어지더라도 경쟁에서의 승리가 쉽게 담보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엄혹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사회적 안전망은 매우 취약하고 패자부활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실패에 따른 대가가 무척 가혹하다. 이런 상황에서 갈수록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미래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은 끝없이 증폭되고 있다. 달리 불안을 해소할 방법을 찾지 못한 사람들은 노후를 포기하면서까지 자녀의 미래를 위한 투자에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학령기 아동이 격감하고 있음에도 사교육비 총액은 좀체 줄지 않는 현상은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됨에 따라 조기 대선이 목전의 현실로 다가왔다. 대선주자들이 교육과 관련해서 이런저런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사람들을 옥죄고 있는 불안을 걷어내기 위한 심도 있는 고민과 성찰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교육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확고한 위정자라면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불안을 획기적으로 완화하기 위하여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는지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런 대안이 마련되지 않고는 우리 교육의 핵심 현안 해결이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ㆍ사회통합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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