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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초만에 와르르… 삼풍 참사 증언하는 판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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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초만에 와르르… 삼풍 참사 증언하는 판소리

입력
2015.06.1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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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창 안숙선, 사고 20주기 공연

‘최고급 백화점인 삼풍백화점이/ 단 이십초만에/ 단 이십초만에 와르르/ 와르르/ 와르르르/ 와르르르르르르르/ 무너져 내렸소.’

명창 안숙선(66)씨가 삼풍백화점 붕괴 20주기를 맞아 당시 사고를 담은 창작 판소리 ‘유월의 소리-민간 구조대편’을 7월 3일 서울시민청 활짝라운지에서 선보인다. 극작가 오세혁(34)씨가 쓴 대본에 안씨는 작창과 소리를 더했다.

안씨는 최근 국립국악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가족의 아픔이 판소리로 치유되고 사회에 경종을 울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연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세월호 사고도 그렇고 조그만 일이 모여서 이렇게 되는 거잖아요. 어처구니없는 일을 다시 만들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어요.”

‘유월의 소리’는 서울문화재단이 2013년부터 진행한 ‘메모리인(人) 서울프로젝트’ 중 하나로 만들어졌다. 지난해 8월부터 재단이 유가족, 생존자, 구조대, 봉사자 등 삼풍백화점 관계자 100여명의 증언을 수집했고, 이 내용을 토대로 안 명창과 오작가에게 창작 판소리 협업을 제안하면서 작품이 탄생했다. ‘유월의 소리’ 공연과 함께 20년 전 사고가 일어났던 6월24일부터 기획전시 ‘기억 속의 우리, 우리 안의 기억. 삼풍’도 7월5일까지 시민청에서 연다.

오 작가는 참사 당시 민간구조대로 활동한 목수 최영섭씨의 증언을 토대로 백화점 붕괴 직후 풍경을 담았다. 참사 후 정부의 무능한 대처와 평범한 사람들의 목숨 건 구조 활동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와 데칼코마니처럼 닮아있다.

‘국민 여러분/ 통탄할 노릇입니다/ 일곱 시간이 지나도록/ 원인도 모르고/ 대책도 없고/ 지휘도 없으며/ 장비도 없습니다.’ ‘톡톡/ 나 여기 있소/탕탕/ 있으면 대답하시오/ 톡톡/ 나 여기 있소/ 탕탕/ 이 소리가 들리시오(…)그렇게 건물 속에서는/ 탕탕과 톡톡이/ 번갈아 들려오며/ 서로가 서로를 찾는/ 세상에서 가장 절실한 소리들이/ 울려퍼지고 있었는데.’

안 명창은 대본을 받은 후 “젊다고 판소리 이면을 모르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만만한 분이 아니더라”며 “판소리 성음만 듣고 참상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너진 백화점 지하에서 생존자를 찾기 위해 민간구조대가 내던 망치질 소리, 취재 경쟁을 위해 뜬 헬리콥터 소리 등이 안숙선의 목소리로 되살아난다. 각 장면에 맞춰 구조대가 시신을 발견한 초반에는 슬픈 계면조, 용기를 내 사람들을 구할 때는 빠른 자진모리 등 우리 장단을 붙이고 마무리는 씻김굿에 주로 쓰는 육자배기를 부를 예정이다.

젊은 시절 판소리를 할 때는 잘 보여주고 잘 들려주는 데 치중했다는 안 명창은 “지금은 인생사를 가감 없이, 순수함 그 자체를 유지해서 소리를 하고 싶다”고 했다. “예쁜 목소리를 내려고 하지 않고, 억지로 서비스도 하지 않죠. 제가 지금 가진 역량만큼 관객에게 다가가고 싶어요. 나이 들수록 꼼수를 쓰는 노래는 싫고 진솔하게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게 너무 행복합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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