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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식 같은 상사, 이직해도 따라 갈래요

입력
2014.12.0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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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얼리 회사 신입사원 A(26)씨는 올 연말도 눈코 틀새 없다. 계속되는 야근, 야근이 없는 날엔 '갑'들과의 술자리로 늦은 퇴근이 일상이다. 자취방은 잠만 자는 공간으로 바뀐 지 오래. 내년에도 이런 쳇바퀴 같은 생활을 계속할 생각에 벌써 한숨부터 난다.

하지만 아무리 바빠도 금, 토요일에는 꼭 챙기는 것이 있다. tvN 직장인 드라마 '미생' 본방 사수는 요즘 그의 유일한 낙이다. 매회 툭툭 터져 나오는 명대사를 보노라면 회사의 모 부장이 연상돼 무릎을 탁 치게 된다. '미생'에 푹 빠진 그는 드라마 원작인 유료 웹툰까지 찾아 읽고 있다.

'미생'에는 어리바리한 신입사원부터 까칠하지만 후배를 챙길 줄 아는 상사까지 갖은 유형의 직장인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 작품이 공감을 사는 이유는 드라마 속 인물과 내 주변 인물이 오버랩 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직딩'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했을 내용들. 그래서 이 드라마는 공중파 작품보다도 높은 시청률을 만들어 내고 있다.

여기서 한가지 궁금증. 과연 '미생'속 인물들이 현실에서 직장에 다닌다면 과연 어떤 평가를 받을까. 그래서 실제 직장인들이 '미생'속 파트너들을 다면평가 해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객관성 확보를 위해 다양한 직업의 회사원들을 평가에 참여시켰다.

대부분 회사의 인사평가가 그러하듯, 현직 부장들은 장그래 등 ‘미생 신입사원’을 하향평가하도록 했고, 새내기 회사원은 오상식 등 ‘미생 간부’들을 상향 평가토록 했다. 업무이해도 적극성 책임감 독창성 노력도 근면성 등 모두 6개 분야에 각각 1~5배점 평가와 주관적 의견을 구했다. 드라마 속의 회사는 전혀 눈치 못 채게 작성한 '미생 사원' 인사평가서. 그 결과와 평가자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본다.

1. 상사들이 본 '신입사원 4인방' : 하향평가

● 장그래

① 현직 부장들이 매긴 역량점수

장그래는 상대적으로 초라한 스펙을 지닌 고졸 출신 낙하산이다. 사실 이런 사원은 애초에 합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 파격적 채용인 만큼 시기를 많이 사 동료들과 융화되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업무 능력도 부족해(업무이해도 3.7점)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야 하는 부담이 따르는 사원. 하지만 신입답게 충실히 배울 마음가짐(근면성 4.4점·노력도 4.6점)이 돼 있는 만큼 가르치는 보람도 느끼게 해줄 사원이다. 올해의 등급은 아쉽지만 B.

② 이런 사원이 우리 팀에 있다면

ㆍA부장(제약업체) : 한 문제에 대해 기존 인력들과는 다르게 접근할 것 같다. 창의적인 업무성과가 나올 듯.

ㆍB부장(IT업체): 이 친구는 가끔은 자신의 생각을 닫아놓을 줄도 알아야 할 것 같다.

ㆍC부장(IT업체): 이런 말을 달고 살게 될 듯. 빨리 빨리 좀 해~.

● 장백기

① 현직 부장들이 매긴 역량점수

화려한 스펙이 전부는 아닌가 보다. 기초부터 배워나가는 자세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어필할 욕심에만 사로잡혀 있는 인물(근면성 3.7)이란 평. 본인 마음대로 일에 대한 의미와 중요도를 판단하고 처리하는 스타일이다. '잘난 놈'이지만 지나친 자존감이 본인의 발전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본인은 수용할 수 없겠지만, 현재 역량은 C등급.

② 이런 사원이 우리 팀에 있다면

ㆍD부장(IT업체): 협업을 하기에는 피곤한 캐릭터.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ㆍE부장(제조업): 자신의 스펙과 능력에 연연하고 배우려 하지 않으면 그걸로 조직생활은 끝이라고 본다.

● 한석율

① 현직 부장들이 매긴 역량점수

부서 안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잘 수행할 것이다. 밝지만 지나치게 가볍지도 않은 성격으로 조직 적응력이 빠를 사원이다. 적극성도 좋아(4.3점) 무슨 일이든 능동적으로 처리할 듯하다. 하지만 여러 사람과 격의 없이 지내면서 친한 듯 안 친한 듯 애매한 관계에 놓이는 동료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통통 튀는 성격 탓에 다소 근면성(3점)이 떨어지는 사람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성과로 말합시다, 한석율씨 등급은 D. 저녁에 소주나 한 잔 하지~”

② 이런 사원이 우리 팀에 있다면

ㆍB부장(IT업체): 오지랖이 넓어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 같다.

ㆍA부장(제약업): 일을 찾아서 하는 성격이라 성과를 잘 내면 상사들이 좋아할 스타일이다.

● 안영이

① 현직 부장들이 매긴 역량점수

업무 능력(업무이해도 4.9점)은 물론이고 성격도 좋다. 여기에 성실한(근면성 4.7점·노력도 4.7점) 태도까지, 그야말로 최고의 신입사원이다. 상사는 안영이가 퇴사할까 조마조마할 듯. 다만 바로 위 선배들에게는 위협적인 존재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다. 가끔은 틈을 보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당신은 에이스. 만장일치 A등급.

② 이런 사원이 우리 팀에 있다면

ㆍE부장(제조업체): 너무 잘나서 조직에 오래 몸 담을 수 있을지 불안한 감이 있다.

ㆍC부장(IT업체): 말이 필요 없다. two thumbs up!

2. 대리가 본 미생 대리들: 동료평가

● 김동식 대리

① ‘동료들’이 본 동료의 역량

회사 안에서 '가족'으로 지낼 수 있는 인물이다. 매사 동료를 잘 이해하고 감싸줄 것 같다.(책임감 4.2점) 하지만 인간적인 면이 지나치게 부각되면 다소 공사에 혼동이 올 우려가 있다. 그래도 한없이 넓은 아량과 배려로 A등급 확보.

② 이런 동료가 우리 팀에 있다면

ㆍA대리(서비스업체): 능력이 있음에도 이를 효과적으로 어필하는 방법을 모르는 듯하다.

ㆍB대리(패션업체): 좋으면서도 싫다. 지나치게 순수한 팀원과 일을 하면 주변인이 손해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 강해준 대리

① ‘동료들’이 본 동료의 역량

꼼꼼한 일 처리(업무이해도 5점·책임감 4.8점)는 분명 동료로서 본 받아야 할 점이다. 그러나 차가운 성격 때문에 사원들과 소통은 원활하지 못할 듯. 조직 생활보다는 개인 사업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이라는 의견이다. 나름 배울 점은 많은 대리. B등급.

② 이런 동료가 우리 팀에 있다면

ㆍC대리(서비스업체): 옆에 있는 사원들은 피곤할 것 같다. 혼자 일하려면 집에서 프리랜서를 하는 게 좋을 듯.

ㆍA대리(서비스업체): 상사에게는 믿을 만한 사원, 후배들에게는 빈틈없는 선배. 조금은 인간적인 면모도 있어야 협업할 때 시너지 효과가 날 것 같다.

● 하성준 대리

① ‘동료들’이 본 동료의 역량

요즘 같은 시대에 아직까지도, 여성 사원을 무조건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놀라울 지경이다. 작은 오해도 자기 멋대로 생각해 버리는 고집불통. 하지만 남자후배는 잘 챙길 줄 알기에 주변에 사람이 없진 않을 듯하다. 올해 등급은 C지만,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여성에 대한 편견만 없앤다면.

② 이런 동료가 우리 팀에 있다면

ㆍC대리(서비스업체): 따르는 후배들이 분명 있겠지만 오래가진 않을 것 같다.

ㆍD대리(서비스업체): 나 여잔데…. 딱 싫다.

3. 신입사원이 본 '미생 간부 3인방' : 상향평가

● 오상식 차장

① 부하직원이 본 상사로서의 역량

갓 입사한 신입사원들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할 상사. 겉은 무뚝뚝해 보이지만 알게 모르게 팀 내 부하직원을 챙길 줄 아는 모습(책임감 4.6점)이 감동이다. 여기에 일도 잘해 이직을 하더라도 따라 가고 싶은 사람이다. 다만 융통성이 부족해 회사 정치는 잘 못한다. 신입사원 사이에서는 단연 A등급.

② 이런 상사가 우리 팀장이라면

ㆍA사원(사회복지사): 일을 너무 열심히 하는 상사. 밑에 있으면 살짝 피곤할 것 같다.

ㆍB사원(디자이너): 불합리한 부분을 잘 잡아 줄 것 같다.

ㆍC사원(마케팅업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상사다. 하지만 진급 노하우를 배우기는 글렀다.

● 박종식 과장

① 부하직원이 본 상사로서의 역량

약자들을 대하는 태도가 최악 중에 최악이다. 실적이 좋아 상사들에게는 인정받을지 모르겠으나 부하 직원들에게 적잖은 스트레스를 줄 것이라는 평. 여기에 근무시간 핸드폰 게임을 하는 등 근무태만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책임감 1.4점·근면성 1.6점) 부하직원이 매긴 총점도 최하 C등급.

② 이런 상사가 우리 팀장이라면

ㆍD사원(서비스업체): 부하직원을 하수인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회사 분위기를 망칠 인물.

ㆍC사원(마케팅업): 그냥 익명으로 한마디 해주고 싶다. 정신차리세요.

ㆍA사원(사회복지사): 갖고 있는 에너지와 추진력을 현명하게 활용한다면 좋은 상사가 될 텐데 안타깝다.

● 고동호 과장

① 부하직원이 본 상사로서의 역량

우리 주변에서 제일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 승진을 위해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미워할 수만은 없는 상사다. 현실주의자로 주변에 큰 적이 없이 평탄한 회사생활을 할 듯하다. 무난하게 B등급.

② 이런 상사가 우리 팀장이라면

ㆍC사원(서비스업체): 일을 독창적으로 할 것 같진 않다. 시키는 일만 잘 할 듯하다.

ㆍD사원(마케팅업체): 신입사원의 기본을 배울 수는 있겠지만 딱 거기까지인 듯.

※ P.S.

#1‘오상식 차장’의 한 마디

“그나저나 사장님, 계약직인 장그래 사원, 진짜 채용하실 수 있겠습니까? 그 친구, 근면의 양과 질이 다른 선수 아닙니까! 최전무도 비정규직을 위해서 정규직이 양보해야 한다던 데요. 장그래, 그대로만 하면 되겠죠? 그 친구 아주 창조적입니다.” (0OO님의 페이스북 발췌)

#2‘한석율 사원’이 사내 게시판에 올린 내부고발

지난주 모 부장이 한 여사원에게 “회의실에서까지 분 냄새를 맡아야겠냐” “여기저기 분 냄새를 흘리고 다니지 말라”는 폭언을 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아무리 상사지만 짓궂은 장난과 성희롱ㆍ성추행, 혹은 차이와 차별을 도무지 구분 못하는 ‘까막눈’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사모님이나 따님이 같은 경우를 당해도 아무렇지 않은 듯 넘어갈 수 있으신지요? 고용노동부에서 의무화 하고 있는 성희롱 예방 교육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감사실 차원의 진상조사를 요청 드리는 바입니다.

이소라기자 wtnsora2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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