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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끼리 격려하는 날'…스승의 날 씁쓸한 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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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끼리 격려하는 날'…스승의 날 씁쓸한 교단

입력
2016.05.15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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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구로동에 위치한 파랑새지역아동센터에서 학생들이 스승의 날을 앞두고 담임선생님에게 감사 편지를 작성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12일 오후 서울 구로동에 위치한 파랑새지역아동센터에서 학생들이 스승의 날을 앞두고 담임선생님에게 감사 편지를 작성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15일은 제35회 스승의 날이지만 정작 '배움의 현장'에서 스승을 기리는 분위기는 딱히 찾기 어렵다.

주말이 겹친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흔들리는 교권 탓에 스승의 날은 언제부턴가 달력 속에만 남아있는 날이 됐다. 제자 없이 '교사끼리 격려하는 날'이란 냉소가 나올 정도다.

학생은 더이상 교사를 신뢰하지 않고 교사는 학생들을 지도하기 힘들다는 하소연은 이제 전혀 새롭지 않은 우리 사회의 한 풍조로 고착화했다.

지난 3월 경북 구미의 한 초등학교에서 초등생이 '같은반 친구와 화해를 하라'는 담임 여교사의 지시에 불응하고 교사의 얼굴을 때려 전학 조치된 사건은 무너진 교권을 반영하는 무수한 사례 중 하나였다. 당시 여교사는 정신적 충격에 전치 2주의 진단을 받고 병가를 냈다.

경기 이천시의 한 특성화고등학교에서 남학생들이 30대 남성 교사를 빗자루로 밀치고 욕설을 하는 것도 모자라 이 장면을 촬영한 휴대전화 동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일도 있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 사례는 총 488건이다. 이는 10년 전인 2006년 건수(179건)의 2.7배에 달한다.

이런 현실 탓에 교사들의 교직 만족도는 10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떨어졌다.

한국교총이 최근 발표한 교원 인식 설문조사 결과에서 교직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비율이 9.3%로 10년 전(4.3%)에 비해 높았다. 다시 태어난다면 교직을 선택하겠느냐는 물음에 부정적으로 답한 비율은 조사 대상의 절반 가량인 47.4%에 달했다.

교직 생활이 힘든 요인으로는 '학교폭력·문제학생 등 생활지도가 어렵다(23.9%)'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학부모 갈등 또는 지역 사회의 무고한 민원이 있을 때'(21.4%), '일부 부정적인 사례로 교직사회가 비난 받을 때'(18.1%)라는 답변도 잇따랐다.

5년차 초등학교 교사 이모(32·여)씨는 "체벌이 금지돼 학생을 지도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상황에 무력감을 느낄 때가 많다"면서 "학교는 안 가도 학원은 간다는 말이 더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16년째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주모(45)씨는 "수시로 바뀌는 입시·교육정책에 더해 예전같지 않은 스승에 대한 사회적 풍토가 피로감을 높인다. 스승의 날이 학부모들 못지않게 교사들에게도 부담스럽고 거추장스럽게 여겨진다"고 말할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차라리 스승의 날을 폐지하는 게 낫다는 목소리까지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28년차 고등학교 교사 김모(55)씨는 "교권이 추락한 상황에서 하루 정도 스승의 의미를 새겨보는 시간은 필요하다. 교사로서도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날"이라면서도 "모호해진 국가기념일을 재조정하자는 데 특별히 반대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대학생 자녀 2명을 둔 김태원(52)씨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을 옛날 얘기로 치부할 게 아니라 현 세대에도 그 본뜻이 통할 수 있도록 교권 회복과 학생·학부모의 인식 제고에 더 힘쓸 때"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학생과 교사간 신뢰 회복이 무너진 교권을 일으키는 출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교사들이 스승의 날 제자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답변이 29.1%로 가장 많았다. '선생님처럼 될래요'(23.7%)와 '선생님 때문에 기운 나요'(17.6%), '선생님 사랑해요'(15.5%) 등이 뒤를 이었다.

교육 현장에서 빚어지는 갈등을 조정할 제도·시스템 마련도 시급하다.

김민석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권상담실장은 "교사들이 자괴감에 빠져 사퇴하는 상황은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8월부터 시행되는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 취지에 맞는 시행령 등 제도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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