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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ㆍ기업은행 대수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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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ㆍ기업은행 대수술한다

입력
2015.11.0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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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KAI 등 산은 자회사 91곳 3년 내 매각

산업은행=중견기업, 기업은행=창업기업.. 정책금융 역할 분담

금융당국이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의 정책금융기관으로의 역할 강화를 위한 대대적인 수술에 나선다. 금융위원회는 1일 문어발식으로 늘어난 비금융 자회사들을 대거 매각하고, 두 국책은행의 역할을 분담해 선택과 집중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기업은행ㆍ산업은행 역할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특히 민영화를 추진하다 올초 정책금융공사와 통합하면서 정체성이 애매해진 산업은행의 기능을 개편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산은 자회사 91곳 신속 매각

금융당국은 우선 앞으로 3년간 산은의 자회사 매각에 집중 나서기로 했다. 회수된 재원을 새로운 기업에 재투자해 정책금융의 선순환 구조를 갖추겠다는 취지다. 손병두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비금융 업종에 대한 산은의 비전문성과 경영관리능력 부족으로 일부 기업은 재부실화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산은이 현재 15% 이상 출자한 비금융자회사는 총 118개로 장부가로는 2조3,000억원에 달한다. 산은은 이중 한국항공우주산업(KAIㆍ26.75%), 한국지엠(17.02%), 대우조선해양(31.46%) 등 산은의 출자전환 이후 정상화된 출자전환기업 5개와 5년 이상 투자한 중소ㆍ벤처기업 86개 등 총 91개 자회사에 대한 지분을 우선 매각하기로 했다. 기업은행의 KT&G 지분(6.93%), 수출입은행의 성동조선(70.71%)과 대선조선(67.27%) 지분 등도 매각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다.

금융위는 매각 원칙으로 ‘매각가치 극대화’ 대신 ‘시장가치 매각’을 택했다. 신속하게 팔고, 매각 과정에서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한 관련 임직원 면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산은의 연도별 매각 실적도 경영 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산은 내 ‘자회사관리위원회’도 신설해 비금융회사 지분의 취득ㆍ관리ㆍ매각 전 과정을 관리하고, 산은 퇴직 임직원의 비금융자회사 재취업을 제한하기 위해 취업 심사도 담당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집중적으로 쏟아져 나올 매물을 받아줄 수요가 있느냐는 점이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도 대우증권, 현대증권 등 매물이 시장에 넘쳐나는데 대량의 추가 매물이 쏟아질 경우 시장에서 소화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료: 게티이미지뱅크
자료: 게티이미지뱅크

산은은 중견기업, 기은은 창업ㆍ초기기업 담당

정책금융에서 산은과 기은의 역할도 재정립된다. 산은은 대기업 위주 지원에서 탈피해 중견ㆍ예비중견 기업에 대한 지원 규모를 연간 21조6,000억원(비중 35%)에서 3년 뒤 30조원(50%)으로 상향 조정한다. 기은은 창업ㆍ성장 초기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 규모를 연간 9조1,000억원(비중 19.8%)에서 2018년까지 15조원(30%)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중견기업을, 기업은행은 창업기업 등을 주로 지원하도록 역할을 분담시키겠다는 것이다.

지원대상 업종도 중후장대 주력산업에서 지능형 로봇, 착용형 스마트 기기, 스마트 자동차 등 미래성장동력산업으로 바뀐다. 산은과 기은은 2018년까지 미래성장동력산업에 각각 20조원과 33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대신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조선ㆍ해운과 같은 경기민감산업에 대한 여신은 재점검하고, 수익성이 악화되는 한계기업은 정기ㆍ수시 평가를 통해 선제적으로 관리하도록 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구조적인 정책금융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정책금융 기관 개혁이 제대로 되려면 민간금융과 경쟁하는 부분을 정리하고 산은, 기은,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6~7개의 정책금융기관의 중복된 역할을 재조정하는 게 선행되어야 한다”며 “2년 전에도 시도했지만 기관들의 이기주의에 막혀 실패한 만큼 강한 의지가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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