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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교도소 잔혹사…올해 들어 134명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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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교도소 잔혹사…올해 들어 134명 희생

입력
2017.01.2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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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브라질 북부 아니지오 조빙 교도에서 일어난 폭동으로 수 십명의 재소자들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가족들이 생사 확인을 위해 몰려 들고 있다. 마나우스=AFP 연합뉴스
지난 1일 브라질 북부 아니지오 조빙 교도에서 일어난 폭동으로 수 십명의 재소자들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가족들이 생사 확인을 위해 몰려 들고 있다. 마나우스=AFP 연합뉴스

피범벅 된 시신들로 시선 둘 곳이 없다. 팔 다리가 없고 머리가 잘린 시신도 수두룩하다. 불에 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몸도 부지기수이다. 빛 바랜 건물 사이로 웃통 벗은 남자들이 간간이 눈에 띄고, 더러는 지붕 위에 올라가 장작처럼 쌓인 공터의 시신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허공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이도 있다. 매캐한 냄새를 풍기며 푸른 하늘로 치솟는 검은 연기를 제외하고는 철조망 안쪽 모든 풍경은 삶을 포기했다. 담장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가늠할 수 없다. 건물과 공터를 둘러싼 높은 철조망 바깥은 역동적이다. 번쩍이는 차량들과 무장한 경찰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이어 철망 앞으로는 아들과 남편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몰려든 여성들이 목을 빼고 눈물을 훔친다. 이들 뒤로는 아이들이 뛰놀고 있다.

지난 1월 1일 브라질 중북부 아마조나스주 마나우스시의 아니지오 조빙 교도소에서 일어난 학살 이후 현지 언론들이 전한 장면들이다. 폭동으로 59명이 잔인하게 학살됐으며 110여명의 재소자들이 도망치면서 일대는 지옥을 연상케 했다.

최악의 교도소 학살의 하나로 기록될 이번 폭동에 대해 브라질 당국은 라이벌 폭력조직간 패싸움을 그 원인으로 보고 있다. 수익성 좋은 마약 유통로를 놓고 ‘제1 도시군 사령부’ 라는 의미의 전국구 범죄조직 PCC가 북부지역을 주무대로 하는 ‘북쪽 패밀리’(FDN)의 활동영역을 침범하자, FDN이 PCC에 대한 보복에 나서면서 충돌했다는 것이다. 현지 언론들은 1992년 111명이 사망한 상파울루 카란지루 교도소 학살 이후 최대 규모 피해라고 전했다. 양 측의 싸움이 얼마나 치열했던지 당국은 폭동 발발 17시간 뒤에야 교도소를 접수할 수 있었다.

브라질의 교도소 내 폭동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작년 한 해에만 60여만명에 달하는 재소자 중 372명이 교도소 내에서 사망했을 정도로 브라질의 교정시설은 악명이 높다. 다만 올해의 경우 그 횟수와 폭동의 규모가 대폭 확대됐다는 데 브라질 당국은 긴장하고 있다. 지난 15일까지 확인된 올해 교도소 폭동으로 살해된 수감자 수는 이미 134명에 달한다. 고작 보름 동안에 작년 교도소 폭동 전체 사망자 수의 3분의 1을 넘긴 것이다.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은 잇따르는 교도소 폭동을 국가적 위기 상황으로 규정했다.

조빙 교도소 재소자의 가족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마나우스=AFP 연합뉴스
조빙 교도소 재소자의 가족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마나우스=AFP 연합뉴스

폭동이 북부와 북동부 지역에 집중됐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남부와 남동부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도 당국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범죄조직에 의한 교도소 폭동이 잇따르자 테메르 대통령은 17일 공공치안 책임자들을 긴급 소집해 대책회의를 갖는가 하면, 교도소에 군을 투입해 치안 유지에 나서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각 교도소 내부에 병력을 배치해 교도소 내부 순찰을 강화하고, 반입 금지 물품을 압수해 폭동을 예방할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교도소 폭동의 근본 원인이 열악한 환경에서 비롯된 데다 교도소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직 리우데자네이루 특수부대 보안담당 파울로 스토라니는 “가족이나 변호인 등 접견인을 통해 휴대폰은 물론 흉기들이 반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도소 폭동이 멀리 떨어진 다른 곳에서도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 있었던 데에는 시설로 밀반입된 휴대폰 때문으로 분석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 “많은 폭력조직들이 70, 80년대 교도소 내에서 결성됐다”며 “교도소를 어떻게 주무르는지도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폭력 범죄조직들의 이런 태생 배경과 함께 시설 내에서 휴대폰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브라질의 교도소는 이름만 교도소일 뿐 범죄조직의 본부나 다름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테메르 대통령도 휴대폰과 흉기 반입을 차단하기 위한 금속 탐지기 설치 계획을 밝혔다. 이에 대해 국제인권단체 엠네스티의 인권고문 레타나 네데르는 “금속탐지기를 설치해야 할 범위가 너무 광범해서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부 주에서는 열악한 재정 상황으로 급여를 제때 받지 못하는 교도관들이 파업까지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열악한 브라질 교도소 환경도 악명 높다. 현지 시민단체들은 “브라질 법무장관도 ‘교도소가 중세시대 같다며 거기에 가느니 차라리 죽겠다’고 말할 정도”라며 환경 개선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 과밀에 따른 재소자의 인권침해 수준은 상상을 초월한다.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교도소에 대한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성인 남성들이 다리를 펴기 힘들 정도로 비좁은 공간에 수감돼 있다. 침구에는 곰팡이가 슬어있고, 바닥에는 바퀴벌레와 쥐는 물론 전갈까지 재소자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감자들끼리의 몸싸움은 일상화 돼 있으며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빗물을 피하기 위해 싸움이 더욱 격해진다고 전했다.

브라질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전국 교도소의 평균 수감률은 167%에 이른다. 시설의 수용 능력을 100명으로 할 때 167명이 수감돼 있다는 의미다. 전국 교도소의 수용 능력은 37만2,000명이지만, 수감자는 62만2,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 재소자 규모다.

국제인권단체 엠네스티의 인권고문 레타나 네데르는 “브라질 경찰이 수감할 필요가 없는 사람까지 철창으로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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