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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직 부장판사 구속 사태 사법부 뼈아프게 반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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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직 부장판사 구속 사태 사법부 뼈아프게 반성해야

입력
2016.09.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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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인천지법 김모 부장판사가 구속됐다. 현직 판사가 금품 비리로 구속된 것은 지난해‘명동 사채왕’에게서 1억 원을 받은 최민호 판사 이후 1년7개월 만이다. 김 부장판사는 어제 예정된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했다. 스스로 생각해도 국민 앞에 설 면목이 없었을 터다.

김 부장판사가 받고 있는 혐의는 충격적이다. 정 전 대표가 타고 다니던 고급 외제차를 싸게 사들인 뒤 나중에 매입대금을 되돌려 받았다. 정 전 대표와 베트남 여행을 다녀오고 100만원권 수표 여러 장을 받았다고 한다. 대신 정 전 대표는 가짜 네이처리퍼블릭 화장품을 만들어 유통한 사건을 엄벌해 줄 것을 청탁했고, 이 사건의 항소심 재판을 맡은 김 부장판사는 실제 1심보다 형량을 높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법부의 신뢰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법관에게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되는 것은 재판의 공정성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오로지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해야 하는 법관이 비리에 얼룩졌다면 누가 판결에 승복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거액의 금품 수수 사건이 거듭 발생하는 것은 사법부의 위기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들은 최근의 부장판사 성매매 논란과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의 과다 수임료 사건 등으로 사법부에 대해 크게 실망하고 있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이미 바닥 수준이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서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는 27%로 42개국 중 39위였다. 국민 불신의 골이 이렇게 깊어진 것은 사법부 스스로 자처한 결과다. 전관예우와 ‘막말 판사’, 향판 비리, 정치적 편향성 같은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대법원은 이제라도 강력한 자정 의지를 보여야 한다. 법관 임용 과정이나 내부 감시 시스템의 허점도 철저히 살펴야 할 것이다.

사법부가 심각한 신뢰의 위기에 처한 데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책임도 있다. 양 대법원장 취임 후 5년 사이 대법원의 보수성과 폐쇄성이 짙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법원 직원 3,000여명이 참여한 고위법관 다면평가에서 양 대법원장은 100점 만점에 39점의 낙제점을 받았다. ‘유전무죄’로 상징되는 사법불신에 정치권력의 불법과 불의에 눈감고 사회적 약자를 홀대해 왔다는 비판이 겹친 결과일 것이다. 양 대법원장은 사법부가 왜 불신 받는지 뼈아프게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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