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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박 대통령은 저 성난 민심을 거스르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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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박 대통령은 저 성난 민심을 거스르겠다는 것인가

입력
2016.11.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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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여 시민(주최측 추산)이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박근혜 하야’ ‘정권퇴진’을 외쳤다. 전날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국민 분노를 누그러뜨리기는커녕 더욱 악화시킨 결과다. 주말 도심을 덮은 분노의 함성에 한광옥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은 “국민들의 준엄한 뜻을 매우 무겁게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박 대통령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현실적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침묵을 지켰다. 국정 공백과 정국 혼란의 장기화가 불가피한데도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호미로 막을 일이 이제는 가래로도 막기 어려운 상황이 돼버렸다. 두 차례의 대국민 사과와 일방적으로 단행한 국무총리 지명 등 부분 개각은 사태 수습에 전혀 도움이 안 되고 있다. 청와대는 그래도 불씨를 살려보려고 여야 영수회담을 추진하는 등 안간힘을 쓰는 모양이나 시중의 분위기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헛된 몸부림에 불과하다. 사인에 의지해 국정의 공적 시스템을 무너뜨린 당사자가 바로 박 대통령이다. 더 이상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주말 광장의 시민들 외침이었다. 최순실씨 개인 일탈로 치부하고 국정 주도권을 계속 쥐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책임총리제나 거국중립내각 구성은 유력한 정국 수습방안의 하나였다. 하지만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과 아무런 협의 없이 노무현 정부의 인사를 국무총리로 내정하고, 김대중 대통령 시절 청와대비서실장을 비서실장으로 앉혔다. 4일 대국민사과 담화에서도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야당이 국면전환 꼼수라며 전면 반발하고 나설 만했다. 민주당은 김병준 총리 지명 철회와 대통령의 2선 후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정권퇴진 운동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이다.

첫단추를 잘못 뀄다면 처음부터 다시 꿰는 수밖에 없다. 김병준 총리 지명은 잘못 꿴 단추다. 어차피 야당이 반대하면 국회 인준청문회 문턱을 넘을 수 없다. 김 총리 내정자는 5일 자진 사퇴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박 대통령으로부터 모종의 언질을 받았는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별 의미가 없다. 물론 김병준 카드를 거둬들이면 박 대통령의 입지는 더욱 약해질 게 뻔하다. 그렇다 해도 다른 방법이 없다면 바로 잡는 수밖에 없다. 국정 주도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집착도 내려놓고 2선으로 물러나겠다는 의사도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밝힌 대로 각계의 원로 등과 만나 의견을 듣고 협조하면서 국민 여론이 달라지기를 기대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분위기에서는 무망하다. 12일의 광화문 광장 집회에는 더 많은 인파가 몰려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계속 타이밍을 놓치면 박 대통령은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으로서의 최소한의 역할도 못하게 되는 상황으로 내몰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광장의 함성대로 하야 아니면 탄핵이다. 박 대통령은 사태의 엄중함에 대해서 더 이상 오판하지 말아야 한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이정현 대표 지도부 진퇴를 놓고 갈등에 휩싸여 정국 수습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도 안타깝다. 최순실 국정농단을 방치해 오늘의 사태를 부른 데 일조한 친박계 중심 지도부는 당원과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다. 하루라도 빨리 새 리더십을 구축하는 것이 옳다. 민주당과 국민의당도 분출하는 국민 분노에 편승하지 말고 수권정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로 정국 수습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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