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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부정하는 성향이 없었다면… 인류는 살아남지 못했다

입력
2015.07.3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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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본능 아지트 바르키, 대니 브라워 지음 / 부키 발행 / 1만8,000원
부정 본능 아지트 바르키, 대니 브라워 지음 / 부키 발행 / 1만8,000원

‘부정 본능’은 아지트 바르키와 고(故) 대니 브라워의 리믹스 출판물이다. 대니 브라워는 분자생물학자이며 유전학자로서 이 책의 주된 아이디어를 연구하던 도중 미완성 원고를 남기고 희귀질병으로 사망했다. 책을 완성시킨 것은 고인과 단 한 번 만나 연구주제를 공유하고 이후 10년 이상 연구를 지속했던, 의사이며 당(糖)생물학 연구의 권위자인 아지트 바르키다.

저자들은 인간의 가장 오래된 물음을 던진다.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우리는 어떻게 여기에 이르게 되었는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이 중 적어도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와 “우리는 어떻게 여기에 이르게 되었는가?”라는 두 물음은 과학적 탐구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영장류학, 진화생물학, 신경과학, 언어학 및 인류학 등 인간 본성에 대한 그 동안의 연구성과를 총망라한 후 자신들의 가설을 과감하게 제시한다.

유전적 유사성을 바탕으로 한 최신의 분류학에 의하면 대형 유인원(침팬지 보노보 고릴라 오랑우탄)과 인간을 합쳐 호미니드라고 분류하며 우리와 침팬지의 공통조상이 나타난 후(700만~500만년 전)에 출현한 화석종을 호미닌이라고 한다. 영국의 루이스 리키 연구팀이 발견해낸 약 200만년 전부터 시작되는 화석들은 호모라는 속명을 얻었는데 이들은 이전에 비해 두뇌가 약간 커졌고 석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와 매우 유사한 골격을 갖춘 뼈는 약 20만년 전부터 비로소 등장한다.

저자들은 20만년 전 출현한 ‘해부학적으로 현대적인 인간’과 10만년 전에 출현한 ‘행동 측면에서 현대적인 인간’을 구분한다. 후자는 아프리카에서 출현한 이후 전 지구에 퍼져 다른 종들 가령 구인류인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바인등을 대체했다. 이들은 다른 종과는 구별되는 행동을 하기 시작했는데 기호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고 장식물을 만들었으며 자신의 모습과 활동을 다른 이들에게 보이기 위해 치장했다. 이는 인류가 ‘마음의 이론(Theory of Mind)’을 갖는 단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표이다. 마음의 이론이란 “한 개체가 자신을 인식할 뿐 아니라 다른 개체 또한 자신을 인식한다는 것을 안다는 뜻”으로 고도의 인지능력을 의미한다.

저자들은 마음의 이론을 갖게 되면 죽음에 대한 엄청난 의식적 공포를 갖게 되었을 것이라고 가정한다. 그 흔적은 약 10만년 전에 처음으로 나타난 장례의식을 통해 알 수 있다. 만약 이 공포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생존과 번식에 대한 의욕을 상실하게 되고 그 결과 적응도가 낮아져 진화의 무대에서 사라지고 말게 된다. 현생 인류의 일부는 이런 패러독스를 극복하기 위해 현실을 부정하는 마음의 기제를 발전시켰는데 이것이야말로 인간의 고유한 본성이라는 것이다.

현실을 부정하는 인간의 성향은 탈리 샤롯과 같은 뇌신경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해서도 뒷받침되는데 인간이 가진 낙관주의적 편향도 일종의 현실 부정 성향으로 볼 수 있다. 현실 부정 성향은 암 투병과 같은 힘든 상황을 견디게 해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지구온난화와 같은 위기를 애써 외면하게 만드는 주범이기도 하다는 것이 저자들의 결론이다. 충분히 수긍이 가지만 저자들의 주장을 증명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과학책 읽는 보통 사람들’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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