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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탈원전도 공론조사에 포함시켜야

입력
2017.08.15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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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결정을 하기보다는 공론화 절차를 공정하게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옳은 방향이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의제설정이 잘못 되었다. 5ㆍ6호기 건설 중단 여부만이 아니라 이 참에 탈원전 자체에 대한 공론도 물어야 한다.

그 이유는 첫째, 탈원전은 국민적 공감이 필요한 중대 사안이기 때문이다. 유럽 국가들은 길게는 30여 년 논의했으며 국민투표나 의회결정으로 탈원전을 확정했다. 우리는 이제 막 논의를 시작했다. 탈원전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더 많은 정보를 접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해야 한다. 그러자면 세 달의 공론화 기간도 충분치 않은데 그나마 그 절차마저 생략하면 졸속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둘째, 이번에 원전정책을 확실히 하지 않으면 향후 정책이 번복될 우려가 있다. 외국서도 탈원전 결정 후 번복된 사례가 종종 있었다. 정부는 ‘2079년 원전 제로(zero)’를 목표로 하고 있다. 탈원전은 60년 넘게 걸리는 긴 여정이고, 중간에 정권교체도 여러 차례 있을 것이다. 탈원전이 대선 공약이었으므로 국민선택을 받았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탈원전 기대감 때문에 문 대통령에게 투표한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대선공약이라는 이유로 탈원전을 밀어 붙이면, 향후의 대통령들이 이를 존중한다는 보장이 없다. 국민의 뜻으로 대못을 박아야 한다.

셋째, 건설중단만 의제로 삼으면 탈원전에 대한 논란이 더 커질 수 있다. 만약 공론조사 결과 완공 의견이 많으면, 탈원전 자체를 재검토하자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그러나 완공 지지자라고 친원전파는 아니다. 탈원전이 필요하지만 점진적으로 하자는 사람도 완공에 한 표를 던지기 때문이다. 또 건설중단 지지자라고 모두 탈원전파도 아니다. 건설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탈원전에 대한 국민공감을 먼저 모으자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설중단만 의제로 하면 탈원전에 대한 논란이 사라지지 않는다. 자칫하면 탈원전 공론화위원회를 다시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넷째, 응답자들이 5ㆍ6호기 건설중단 여부에 답하려면 어차피 탈원전에 대한 입장을 정해야 한다. 실제 논의도 탈원전 여부와 그 속도에 집중될 것이다. 자연스럽게 탈원전에 대한 국민의 뜻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국민의 뜻에는 눈과 귀를 닫고 건설중단에 대한 뜻만 묻겠다는 정부 생각은 당당하지 못하다.

원칙적으론 ‘탈원전’ 공론화위원회를 설치했어야 했다. 공론조사는 국민의 선호를 파악하는데 적합한 절차이므로 탈원전 여부와 그 속도만 묻는 것이 맞다. 5ㆍ6호기 건설중단 여부는 정부가 공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공사 관련 소송, 보상 문제를 검토하여 결정하면 된다. 신속한 탈원전 지지가 많으면 건설을 중단하고, 점진적 탈원전 혹은 원전유지 지지자가 많으면 완공으로 가면 된다. 그러나 총리훈령이 공론화위원회의 기능을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중단 여부”로 규정하고 있어 탈원전만 묻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탈원전과 건설중단을 같이 묻기를 권한다. 응답자에겐 다음의 세 가지 선택을 준다: ① 신속한 탈원전 위해 건설중단 ② 점진적 탈원전 위해 완공 ③ 원전유지 위해 완공. 이렇게 하면 탈원전과 건설중단 여부가 함께 결과로 제시된다. 물론 신속/점진에 대한 정의가 필요할 것이다.

환경단체는 대통령 공약인 신고리 5ㆍ6호기 건설중단을 정부가 결행하지 않고 공론화 과정에 부치는 점을 불편해 한다. 나아가 탈원전까지 원점에서 묻는다면 더 큰 반발이 예상된다. 그러나 우리에겐 탈원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정이 없었다. 공론화 과정 없는 탈원전은 사상누각이다.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높은 시점에 국민의 탈핵의지를 확인하는 것은 정부나 환경단체에게도 좋은 일이다. 탈원전을 이번 공론화에 포함시켜야 한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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