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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출판사 첫 책] 에드거 앨런 포우 시선: 꿈속의 꿈(2014)

입력
2015.11.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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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헬렌ㆍ아티초크 발행인

이 글은 출판사 아티초크의 열한 번째 책 ‘기욤 아폴리네르 시집: 내 사랑의 그림자’를 막 출간하고 쓰는 것이다. 첫 책 ‘에드거 앨런 포우 시선: 꿈속의 꿈’을 세상에 내놓은 지 어느 새 1년 반이 지났다. 아티초크는 독서가 가장 문명화된 오락이며, 책은 우리 삶의 멋지고 지혜로운 친구라는 비전으로 출발했다. 20대 영상세대를 주 독자로 삼는 아티초크는 현대 추리소설의 대부 에드거 앨런 포우의 시집을 첫 책으로 택했다. 그 이유는 첫째, 아티초크의 탄생에 결정적 영감을 준 애서가 마릴린 먼로(그녀는 1948년 캘리포니아 최초의 아티초크 퀸이기도 하다ㆍ아티초크 퀸은 더덕 아가씨, 고추 아가씨와 같은 미인대회)가 즐겨 읽은 작가라는 점, 둘째, 포우가 영화와 음악, 애니메이션 등 ‘팝 컬처의 아이콘’이라는 점, 셋째, 출판 전문가들의 진단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었다.

포우 시집을 기획할 당시 조언을 구했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한국 독자들이 묵직하고 부피가 큰 책을 선호하고, 첫 책이 고전인 만큼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영문학 교수에게 번역을 맡기는 게 안전하며, 대형 온ㆍ오프라인 서점의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티초크의 첫 책은 전문가들의 의견에 완전히 역행하여 만들어졌다. 나는 전문가의 의견은 존중하되, 그 집단의 목소리가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으면 의심하는 편이다. 이 의심이 타당한지 아닌지 확인하는 방법은 새로운 상품을 시장에서 검증해 보는 것이다.

‘에드거 앨런 포우 시선: 꿈속의 꿈’은 세계 및 국내 최초로 세 가지 판형의 페이퍼백으로 동시 출간했다. ‘라이프 스타일의 동반자’라는 우리의 슬로건에 따라, 커피와 스마트폰처럼 책에도 고르는 즐거움을 부여했다. 또 그립감, 초경량, 감촉, 황금비율 등을 책 소개에 적극 활용하여 책이 그저 가치 있다는 식의 진부한 홍보를 피하고자 했다.

번역을 담당한 공진호씨에게는 원작의 음악적인 요소를 최대한 살려 젊은 독자의 감수성과 감각에 직접적으로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록된 시 ‘까마귀’의 명대사 “nevermore”의 독보적인 번역어 “영영(永永)”은 그렇게 탄생되었다.

유통은 아티초크 홈페이지의 직영 스토어와 전국의 소규모 서점 열 곳에서부터 시작했다. 1년간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에는 일체 납품하지 않았다. 대형 유통 경로를 통하지 않고서, 오직 책 자체의 혁신만으로 판매가 가능한지 시험해보고 싶었다.

포우 시선집을 출간하고 얼마간은 새로운 형식의 종이책을 만들어보자며 의기투합했던 사람들의 응원과, “첫 책이 마지막 책”이 될 거라는 현실적인 충고가 경쟁하듯이 머릿속을 채웠다. 그런데 한 달 정도가 지나자 새로운 종이책을 갈망해온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판매율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에 힘입어 현재 사랑과 도덕 문제를 다루는 스웨덴 심리 소설의 국내 첫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명실공히 아티초크의 열두 번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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