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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서 물보다 싼 우유… 리터당 1달러 ‘소가 울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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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서 물보다 싼 우유… 리터당 1달러 ‘소가 울 판’

입력
2015.11.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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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 선진국들도 신음… 10여년간 가격하락에 비명

프랑스 낙농가 10% 파산 위기

뉴질랜드 사상 첫 젖소 감축

중국 분유 수입 급감에 더 울상

넘쳐나는 우유로 골머리를 앓는 것은 우리만이 아니다. 세계가 우유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형국이다. 독일 등 유럽 일부 할인매장 체인에서 물보다 싼 우유를 내놓으면서 번진 가격 경쟁에 러시아의 유럽연합(EU) 농산물 수입금지, 중국의 저조한 우유 소비 등 악재가 겹쳐 세계 낙농ㆍ유가공업계 역시 위기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 원유 생산량의 20%를 차지하는 최대생산지역인 EU가 1984년부터 시행해온 ‘우유 생산 쿼터제’를 지난 4월부터 폐지해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우유 시위로 몸살… 밑지고 젖소 키우는 세계 낙농가

사실 낙농 산업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은 오래됐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우유 가격은 10여년 간 하락세다. 반면 생산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14년 기준 전세계 우유 생산량은 7억 8,899톤으로 30년 전인 1982년(4억 8,200만톤)보다 3억톤 이상 늘었다. 유럽에서 우유 리터당 가격은 약 1달러로, 물보다 싸진 상황이다. 소매가격은 올 들어 약 5% 떨어졌지만 도매가는 하락 폭이 20%나 돼 낙농가 타격이 더하다.

제품 가격 폭락에 항의하는 유럽 축산낙농업자들이 9월 7일 EU 농업장관 회의가 열린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 앞에서 건초를 불 태우고 물대포를 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브뤼셀=AP 연합뉴스
제품 가격 폭락에 항의하는 유럽 축산낙농업자들이 9월 7일 EU 농업장관 회의가 열린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 앞에서 건초를 불 태우고 물대포를 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브뤼셀=AP 연합뉴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영국, 독일, 벨기에, 아일랜드 등 우유 과잉 생산국이 밀집한 EU에서는 혼란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9월 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농업장관 회의장 앞에서는 유럽낙농협회가 ‘유럽은 우유에 빠져 죽고 있다’는 플래카드를 내걸기도 했다. 지난 7월 리옹 등 프랑스 곳곳에서 낙농가들이 우유를 길바닥에 쏟아버리는 시위를 벌였다.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낙농가 중 당장 파산 위험에 처한 곳이 전체 10%로 2만여 가구나 된다. 영국 왕립낙농가협회는 낙농가 절반 정도가 향후 낙농을 포기할 예정이라고 답했다는 설문을 발표했다. EU 농업장관들은 낙농가에 5억 유로의 긴급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역부족이다. 대표적인 낙농 선진국인 뉴질랜드나 호주, 미국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 10년간 꾸준히 젖소 사육을 늘린 뉴질랜드는 국제적인 유가하락으로 사상 처음으로 마리 수를 줄이기로 했다. 세계가 생산을 줄이고 유제품 혁신 등 타개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당장 개선될 기미는 없다.

2015-11-13(한국일보)
2015-11-13(한국일보)

믿었던 중국 수입량 급감

세계적인 우유 공급 과잉의 또 다른 배경에 중국이 있다. 전 세계 최대 인구를 자랑하면서 전지분유 주요 수입국인 중국의 수입물량이 당초 전망치를 크게 벗어났다. 2008년 멜라민 분유 파동 등 자국 제품에 대한 불신이 깊어 해외 분유를 수입해 먹었으나 최근 경제성장률도 주춤하고, 해외 유명 업체들의 투자를 통한 기술 제휴 등으로 완제품 수입이 크게 줄었다. 2015년 6월 수입량은 전년 대비 14.29%나 감소했다. 수입 가격 또한 전년 대비 46%나 하락했다. 미국 정부는 올해 아시아권 우유 수요량이 예년의 3분의 1정도로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뉴질랜드 폰테라사가 미국 에보트사와 함께 3억달러를 투자해 중국에 대규모 낙농단지를 조성하는 계획을 내놓는 등 세계 유수업체들의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조석진 낙농정책연구소장(영남대 명예교수)는 “EU는 자유무역지대라 쿼터제를 폐지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뿐”이라며 “향후 공급 과잉을 지속시킬 수 있는 만큼 EU내에서도 회의론이 나온다”고 말했다.

다국적 합병ㆍ기술 혁신 활발

한편으론 위기 돌파를 위해 유가공업체들의 합병과 기술 제휴를 통한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등 갖가지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세계 선두권의 유가공업체인 독일 뮬러와 영국 와이즈만이 2012년 합병한 데 이어 지난해 덴마크 우유 협동조합 알라푸드도 영국의 밀크링크 낙농조합을 인수했다. EU 최대 유가공업체인 알라푸드는 덴마크와 스웨덴이 합병한 협동조합으로, 다국적 사업체를 꾸려 수출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네덜란드 최대 다국적 낙농조합인 캠피나사는 아이스크림과 등 부가가치가 높은 디저트 제품 판매 확대로 위기를 돌파하고 있다. 이 회사는 금년 상반기 수익이 전년도 1억 400만유로 수준에서 185%성장한 1억9,200만 유로에 달했다.

우유 소비 패턴이나 낙농에서 우리와 유사성을 보이는 일본은 사료비 가격 안정정책으로 위기를 돌파하고 있다. 우리처럼 사료곡물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은 국제곡물가격 상승에 따른 충격을 정부와 배합사료 회사, 낙농가가 나눠 지는 ‘배합사료가격안정제도’를 일찌감치 도입해 낙농가에만 부담이 전가되는 것을 막았다. 젖소 사료비가 생산비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는 사료구입자금 융자를 통해 낙농가의 빚을 유예해주고 있지만 근본 대책이 되지 못한다.

캐나다는 최근 1,000만달러의 연구기금을 투입, 사료 효율성이 높은 젖소 개발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를 통해 젖소 두당 연간 100달러 정도의 사료비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채지은기자 cj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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