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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산골마을, 쪽빛으로 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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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산골마을, 쪽빛으로 물들다

입력
2014.10.23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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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천연 염색 연구가 귀농, 주민과 쪽 농사 지어 염색 제품 생산

경기 이천시 마장면 오천리 '어름박골 쪽빛마을'의 주민들이 천연 염색재료인 '쪽'으로 물든 파란 천을 건조하기 위해 널고 있다. 어름박골 쪽빛마을 제공
경기 이천시 마장면 오천리 '어름박골 쪽빛마을'의 주민들이 천연 염색재료인 '쪽'으로 물든 파란 천을 건조하기 위해 널고 있다. 어름박골 쪽빛마을 제공

“낯선 젊은이가 더운 날씨에도 묵묵히 무언가를 키우고 수확하는 모습이 어르신들이 보시기에 대견했나 봐요. 그래서 서로 일을 돕다가 마을기업으로 변모하게 됐죠.”

경기도의 한 자그마한 산골마을이 푸르른 쪽빛에 물들고 있다. 마을 전체가 천연 염색재료인 ‘쪽’ 농사에만 그치지 않고 이를 활용한 염색 제품 생산에까지 나서면서 튼튼한 마을기업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천시 마장면 오천리 산길 막바지에 다섯 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은 70~80대 노인들이 벼와 밭 작물을 키우는 것이 농사의 전부였다. 하지만 이 마을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6년 전 천연 염색 연구가 김성동(43) 대표가 귀농을 하면서부터였다. 김 대표는 가성소다 등을 사용하는 화학적 방식이 아닌 자연발효의 전통방식을 따르는 몇 안 되는 쪽 염색 전문가이다. 그는 과천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천연염색 교육을 해오다 쪽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위해 이 마을로 귀농했다.

흙만 만지며 평생을 살아온 마을 주민들에게도 쪽 풀은 생소했다. 더군다나 농촌 젊은이들이 하나 둘 땅을 팔고 도시로 떠나는데 스스로 농사를 짓겠다고 농촌으로 뛰어든 김 대표 역시 주민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마을 주민들은 김 대표의 농사일을 도우며 쪽에 관심을 가졌고 김 대표는 주민들의 도움에 보답하기 위해 주민들을 상대로 쪽 염색 시연과 함께 파란 물이 곱게 든 실크 스카프를 선물했다. 이것이 마을기업의 계기가 됐다. 소득이라고는 벼와 밭 작물이 전부였던 작은 마을이 천연염색 재료인 쪽의 허브로 재 탄생한 것이다.

“이렇게 귀하고 좋은 쪽을 장롱 속에만 넣어두면 안되잖아요. 써야 다른 사람들이 좋다는 것을 알고 그래야 문화가 되고 전통이 되잖아요.”

지난해 약 8,000㎡(2,500평) 규모의 쪽 재배지로 거듭난 이곳은 ‘어름박골 쪽빛마을’로 불리는 마을기업이 됐다. 어름박골은 이 마을 고유 지명이다.

쪽 생산에는 5가구 어르신들뿐 만 아니라 이제는 쪽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젊은 회원들도 참여하고 있다. 특히 쪽 천연염색이라는 아이템이 2012년 G창업프로젝트에 선정되면서 연구를 전담하는 ‘킨디고’도 설립돼 제품 개발에 탄력이 붙었다. 그 결과 쪽으로 염색한 손수건을 비롯해 스카프, 베개, 이불, 천연염색 인형 등 다양한 제품이 이천시 공동브랜드로 선정돼 대형 유통매장과 백화점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 같은 실적은 어름박골 쪽빛마을 출범 1년여 만에 안전행정부 ‘2014년도 우수마을기업’ 선정으로도 이어졌다.

김성동 대표는 “강한 항균력과 살균력, 해열효과 등 우리 몸에 좋은 쪽을 활용해 화장품과 건강기능성 식품도 개발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마을기업에만 그치지 않고 명상과 공연 등 다양한 문화가 접목된 힐링타운을 만들 계획이다”고 밝혔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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