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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제 투약·약물 처방… 간호사가 의사 업무 직접… 아찔한 사례 크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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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제 투약·약물 처방… 간호사가 의사 업무 직접… 아찔한 사례 크게 늘었다

입력
2014.10.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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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구인난 지방병원 중심, 진료 보조 간호사 채용 급증세

지난해 1월 경기도의 A대학병원에서 자궁근종 제거수술을 받은 최모(38)씨는 두 달이나 생리를 하지 않아 3개월 뒤 다시 병원을 찾았다가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수술과정에서 자궁이 적출됐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게 된 것이다. 최씨는 수술동의서를 작성할 때 자궁적출 수술이라는 설명을 전혀 듣지 못했다. 알고 보니 흰 가운을 입고 수술에 대해 설명한 사람은 의사가 아니라 일명 ‘PA(진료보조인력ㆍPhysician Assistant) 간호사’였다. 아들만 둘이라 셋째를 계획 중이었던 최씨는 “담당 의사에게 제대로 설명을 들었다면 다른 치료법을 찾았을 것”이라며 눈물을 쏟았다.

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PA 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법상 수술, 약물 처방, 진료 등은 의사의 의료행위로 PA가 대신할 수 없다. 그러나 전공의 숫자가 부족한 병원에서는 PA가 수술동의서 설명, 처방 등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대병원이 자칫 국민의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는 의료인력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13개 국립대병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이들 병원의 PA 수가 4년 새 두 배 이상 급증했다. 2010년 228명에 불과했던 PA는 올해 8월 기준 505명까지 늘어났다.

PA 수는 특히 전공의를 구하기 어려운 지방 병원에서 급격하게 증가했다. 부산대병원은 같은 기간 24명에서 123명으로 5배 이상 폭증했다. 충북대병원도 4명에서 22명, 제주대병원 역시 2명에서 10명, 전북대병원은 25명에서 45명으로 늘었다.

문제는 이들 PA가 진료보조 업무를 넘어 의사가 해야 할 업무까지 맡고 있다는 것이다. 한 국립대병원 관계자는 “마취과 의사가 해야 할 마취제 투약과 마취 전 과정을 PA가 책임지는 경우도 있고, 교통사고나 골절 환자에게 PA가 직접 처방을 내리는 일도 있다”며 “수술동의서 설명도 의사가 해야 할 전문업무인데 PA에게 시킬 때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정진후 의원은 “PA 자체가 의료법에 없는 직종이라 PA를 교육, 인증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없다”며 “환자 목숨이 달린 사안인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PA가 의사의 업무를 대신할 정도로 훈련을 받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PA가 필요하다면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합법화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올해 국정감사 정책자료를 통해 PA 교육과 인증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PA 합법화 방안을 내놨지만 PA 도입을 둘러싼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의사 인력난 해결과 인건비 절감을 위해 PA를 도입하려는 병원들과 가뜩이나 부족한 전공의 수를 더 줄이고 부족한 의사를 비전문인력인 PA로 대체해서는 안 된다는 의사들의 반발이 수 년째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김민정기자 fac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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