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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계 드러낸 ‘돈봉투’ 감찰, 수사에서 실체 규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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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계 드러낸 ‘돈봉투’ 감찰, 수사에서 실체 규명해야

입력
2017.06.0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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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ㆍ대검 합동감찰반은 ‘돈 봉투 만찬’에 연루된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면직’징계를 청구했다. 이 전 지검장에 대해서는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금로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은 “법무ㆍ검찰 고위간부의 사려 깊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충격과 실망을 드려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지난달 만찬 사건이 알려졌을 때만해도 법무부와 검찰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모임 참석자들은 변명으로 일관했고 법무부와 대검 역시 감찰조차 필요 없다는 태도였다. 그러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감찰을 지시하자 법무부는 부랴부랴 검사 20명으로 감찰반을 꾸려 대대적인 감찰에 나섰다. 그 결과 현행 법은 물론 예산 집행지침 위반과 검사로서의 품위 손상 행위가 드러났다. 대통령의 지시가 없었더라면 법무부와 검찰이 이런 사실을 밝혀냈을 리 없다. 검찰 조직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이고 오만한 권력기관인지 절감하게 된다.

합동감찰반은 이 지검장이 법무부 과장들에게 지급한 돈이 ‘격려금’성격이어서 뇌물이나 횡령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안 전 국장이 수사팀에 건넨 돈 봉투도 직무수행에 대한 대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데다 사용 용도를 벗어나지 않아 김영란법이나 뇌물ㆍ횡령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런 판단은 특수활동비를 수사비로 지급한 것이 문제되지 않는다는 인식에 근거하고 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예산 지침에는 특수활동비 적용 범위를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수사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 경비’로 지정하고 있다. 지침에 따르면 격려금은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수사에 해당하지 않고 국정수행 경비라고 할 수도 없다. 합동감찰반이 돈의 성격을 소극적으로 해석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올만 하다.

안 전 국장이 수사팀에 건넨 금품의 의도가 명쾌하게 규명되지 못한 것도 한계다. 안 전 국장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1,000여 차례 통화하는 등 그를 위해 수사 무마를 시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 온 인물이다. 그가 수사팀에 건넨 돈의 성격을 파악하려면 이런 연관성을 확인해야 하지만 감찰로 실체를 밝혀내기는 역부족이다. 합동감찰반이 시민단체 고발로 안 전 국장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에 관련자료를 넘기기로 한만큼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돈봉투 만찬 사건은 단순히 검찰 간부들 간의 부적절한 행태에 국한된 게 아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검찰 간의 유착관계를 파헤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검찰 내 ‘우병우 라인’의 ‘검찰 농단’ 전반에 대한 재수사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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