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뻔한 놀이터가 더 위험… 통제된 모험을 허락하라

알림

뻔한 놀이터가 더 위험… 통제된 모험을 허락하라

입력
2015.07.03 14:13
0 0
기구에 매달려 노는 덴마크 코펜하겐 아이들. 편해문씨 제공
기구에 매달려 노는 덴마크 코펜하겐 아이들. 편해문씨 제공

아이들 노는 곳이 지금보다 더 위험해야 한다니. 안 그래도 안전불감증 시대에 애가 타는 부모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폭탄발언이 따로 없다. ‘놀이터, 위험해야 안전하다’라는 도발적 제목을 내건 이는 두 아이의 아빠로 아동문학가이자 놀이터 디자이너인 편해문씨다.

전작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에 이어 펴낸 놀이 3부작 중 두 번째 책이다. 준비 중인 차기작은 ‘위험, 모험, 야생의 놀이터’다. 그는 안전을 강조한 나머지 어떤 아이의 호기심도 자극하지 못하게 된 천편일률적인 우리 놀이터의 지루함을 조목조목 뜯어본다. 독일 출신의 놀이터 디자이너 권터 벨치히의 집과 놀이터, 유럽의 놀이터들을 방문하며 정리한 놀이터 철학의 내용과 그 여정도 함께 담았다.

'놀이터, 위험해야 안전하다' 편해문 글ㆍ사진 소나무 발행ㆍ284쪽ㆍ2만8,000원
'놀이터, 위험해야 안전하다' 편해문 글ㆍ사진 소나무 발행ㆍ284쪽ㆍ2만8,000원

그가 ‘위험한 놀이터론’을 주장하는 까닭은 뻔한 놀이터가 오히려 아이들의 위험행동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탄성매트로 바닥은 말랑말랑하며, 숨을 곳 하나 없고, 기어오르거나 내려오는 방법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놀이기구를 망가뜨리거나 부수고, 본래 용도와는 다른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매달린다. 급기야 놀이터를 떠나 차도에서 노는 것을 선호한다. 막히면 넘어가고 시시하면 도발하는 것이 아이들의 본성이자 놀이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벨치히가 꼽는 좋은 놀이터의 조건은 “통제 가능하고, 인식 가능하고, 조절할 수 있는 위험이 허락되는 곳”이다. 또“발견할 무엇이 있고, 숨어 있지만 완전히 막히지는 않아 타인이 아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곳, 달리는 기분, 흥미, 필요에 따라 변화의 가능성을 주는 곳”이다.

편씨는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일은 선의나 바람과는 상관없이, 끝없이 아이를 주저앉히지 않고는 아이들과 일상의 삶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체득해 가는 과정”이라면서도 “세월호 이후 안전이라는 신화와 주술에 사로잡혀 ‘안전빵 놀이터 찍어내기’를 무한 반복”하는 지금의 태도가 아이들은 더 큰 위험 앞에 세울 것이라고 우려한다. 어른들이 할 일은 ‘아이 앞에 놓인 위험 요소를 무조건 없애는’ 것이 아니라 ‘회복 가능한 부상에 대해 열린 태도’로 제대로 된 모험의 장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는 얘기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