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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 3인조 교수 밴드 "세상 바꿀 수 있다는 생각으로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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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 3인조 교수 밴드 "세상 바꿀 수 있다는 생각으로 노래"

입력
2014.10.29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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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남·김진업·박경태 교수 ‘더 숲 트리오’ 결성 10년 맞아

"4대강 등 사회 메시지 노래하지만 민주주의 오히려 퇴보해 아쉬워"

‘더 숲 트리오’의 멤버인 성공회대 박경태(왼쪽부터), 김창남, 김진업 교수가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연구실에서 ‘민주’라는 곡을 부르고 있다. 최선아 인턴기자(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
‘더 숲 트리오’의 멤버인 성공회대 박경태(왼쪽부터), 김창남, 김진업 교수가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연구실에서 ‘민주’라는 곡을 부르고 있다. 최선아 인턴기자(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

“과거 저희가 대학생이던 시절에는 기타 치면서 노래를 많이 불렀어요. 요즘 젊은 학생들은 취업 준비하느라 바쁜지 노래 부르는 걸 잘 보지 못합니다. 노래를 부르면 세상이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저희가 많이 불렀던 ‘렛 잇 비 미(let it be me)’ 불러 보겠습니다.”

지난 18일 서울 구로구 서울푸른수목원에서 성공회대와 구로구 등 주관으로 열린 인문학 진흥 행사 ‘더불어 숲 축제’에서 머리가 희끗희끗한 교수 3명이 무대에 올랐다.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김창남(54), 사회학과 김진업(57) 박경태(52) 교수로 구성된 ‘더 숲 트리오’가 그 주인공. 더 숲 트리오는 김광석, 안치환 등을 배출한 민중가요 노래패 ‘노래를 찾는 사람들’ 출신 김창남 교수를 주축으로 2004년 결성된 밴드다. ‘시대의 지성’으로 통하는 같은 학교 신영복 교수의 이야기 콘서트에 ‘별책부록’ 형태로 참여하면서 이름을 알려왔다.

여느 아이돌 그룹처럼 각자 담당도 확실하다. 기타를 치고 선곡을 담당하는 김창남 교수는 이 그룹의 ‘영혼’, 말솜씨가 좋아 사회를 도맡고 하모니카도 불며 그룹 내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박경태 교수는 ‘몸통’, 화음을 넣는 김진업 교수는 ‘그림자’를 맡고 있다. 이들은 1990년대 중순 비슷한 시기에 학교에 둥지를 틀었고, 교수들끼리 가는 수련회에서 늘 새벽까지 남아 노래를 부르는 고정멤버였다는 인연으로 밴드까지 만들었는데 올해 벌써 10년차 중견 밴드가 됐다.

이 팀이 여느 동호인 모임과 다른 점은 짙은 사회성이다. 가령 ‘너와 나의 땅’이라는 곡은 4대강 사업을 반대한다는 뜻을 담은 가사로 바꿔 부른다. “흐르는 강은 흐르게 하고, 꽃 피는 산은 꽃 피게 하고…” 등의 가사를 넣는 식이다. 때로는 공연에서 북한 노래 ‘비둘기야 높이 날아라’를 불러 관객들을 놀라게 하기도 한다. 김진업 교수는 “이 노래만 부르면 사람들이 당황한다. 자기 검열을 하고 있다는 것인데 우리 사회가 건강하지 않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무대 밖에서도 사회 참여에 적극적이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캠페인에 참여하고 싶다는 학생들의 뜻을 존중해 올해 첫 강의를 광화문 광장에서 열고(박경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광화문 단식 농성장 앞에서 서울대 민중가요 동아리 ‘메아리’ 출신들과 노래를 함께 한다(김창남). 그렇다고 심각하기만 한 그룹은 아니다. 막상 무대에선 화려한 입담을 자랑하는 ‘만담 밴드’로도 통한다. 공연 중 “경쟁 상태는 아이돌 그룹 JYJ”라며 너스레를 떨고, “늙어서 가사를 까먹기 일쑤고, 더 큰 문제는 가사를 적어가도 노안이라 잘 보이지 않는다”며 자학 개그를 하기도 한다.

‘어느덧 10년’이란 말에 김창남 교수는 “노래하며 관객들과 소통하면서 한국 사회가 좀 더 나아지길 바랐는데, 지난 10년 간 민주주의는 오히려 퇴보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그럼에도 이들의 ‘개념 있는’ 공연은 계속된다. 공연 시작에 앞서 늘 자신들이 아마추어라는 걸 강조해온 만큼 이들의 목표는 앞으로도 최고의 무대는 아니어도 ‘노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으로 관객과의 소통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다. “음악을 즐기는 것을 넘어 그 이상을 생각하는 자리가 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도 남아 누가 관객인지, 누가 공연자인지 모르게 어우러진 상태에서 소통하고 싶습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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