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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다 보며 우리 아리랑 떠올라… 이 작품은 된다 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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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다 보며 우리 아리랑 떠올라… 이 작품은 된다 확신"

입력
2015.06.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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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고정 레퍼토리감 과감히 투자… 판권? 12권짜리 소설 감안했다"

고 "哀而不悲 작품 만들려 노력, 흥행에 실패하게 놔두지 않아"

박명성(왼쪽) 대표의 러브콜을 한 번에 수락한 고선웅 연출가는 "청산의 옥도 돌멩이로 보면 돌이다. '아리랑'을 어떻게 뒤집어 보느냐에 따라 한국 뮤지컬의 새 지평을 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몇 달간 끊었던 담배를 최근 다시 피우기 시작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박명성(왼쪽) 대표의 러브콜을 한 번에 수락한 고선웅 연출가는 "청산의 옥도 돌멩이로 보면 돌이다. '아리랑'을 어떻게 뒤집어 보느냐에 따라 한국 뮤지컬의 새 지평을 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몇 달간 끊었던 담배를 최근 다시 피우기 시작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올 한해 뮤지컬계 최대 이슈는 신시컴퍼니가 7월 초연하는 창작뮤지컬 ‘아리랑’의 성패다. 조정래의 동명 대하소설을 각색한 이 작품은 원작의 흥행과 3년이라는 장기 기획, 수십억원의 제작비 등으로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뿌렸다. 아이돌과 로맨스로 수렴되는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민족 치욕을 기록한 작품에 이처럼 무모한 투자를 하는 이유는 뭘까. 연출가는 무슨 생각으로 이 작품을 덥석 받았을까. ‘아리랑’의 제작자 박명성(52) 신시컴퍼니 대표와 각색 및 연출을 맡은 고선웅(47) 연출가를 11일 충무아트홀에서 만났다.

박 대표는 ‘아리랑’의 시니피앙에 꽂혀 이 작품을 제작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뮤지컬 ‘아이다’의 핍박받는 누비아 백성들이 조국을 그리며 노래하는 장면에서, 우리 민족의 아리아인 아리랑이 생각났다”며 “원작에 대한 크레딧(신용)이 중요해 아리랑을 제목으로 일제강점기를 그린 작품 중 조정래의 대하소설로 정했다”고 말했다.

-조정래 이름값 말고, 원작 ‘아리랑’을 선택한 이유가 또 있나? 판권은 얼마나 줬나?

박명성 대표(이하 박)= “이야기가 질펀하다. 사투리에 대한 어감도 좋고. 개별 인간 군상들을 그리면서, 역사적 맥락을 놓치지 않는다. 3년 전 작정하고 읽었고 조정래 선생을 찾아갔다. 판권은 공연계가 지불하는 기준에 맞춰 드렸다. 다만 1권짜리 소설이랑 12권짜리 소설 판권은 다르지 않겠나. 제작자가 리스크 감안하면 연극 한 편도 못 만든다.”

-두 사람이 함께 만든 연극 ‘푸르른 날에’는 5ㆍ18광주민주화항쟁을 소재로 했지만, 소위 대박을 쳐 신시컴퍼니 주요 레퍼토리로 자리잡았다. 그래서 ‘아리랑’도 고선웅 연출에게 맡겼나?

박= “아리랑은 인내와 끈기 없으면 절대 못 만든다. 그 점에서 제일 적합한 연출가였다. 작품마다 새로운 형식을 보여주고, 만들면서 스타일을 찾는다.”

-고 연출가는 2009년 역사소설 ‘남한산성’을 뮤지컬로 각색했다가 참패했는데….

고선웅 연출가(이하 고)= “볼거리 넘치는 이 시대에서 왜 아리랑 같은 심란한 얘기로 뮤지컬 만드냐고 우려하는 분들이 많았다. 저는 형님(박명성 대표) 안목이 탁월하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이 작품 된다’고 생각했고, 각색해 스태프들끼리 낭독공연을 하면서 가능성을 봤다.”

-말대로 소설 ‘아리랑’은 심란한 얘기다. 뮤지컬보다 연극으로 만드는 게 낫지 않나?

박= “관점에 따라 다르다. 지금 뮤지컬계가 젊은 관객 취향에 맞춰서 전부 로맨틱 코미디 만든다. 관객이 뭘 듣고 싶은지도 중요하지만 예술가에게는 이 시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느냐가 중요하다. 객기가 없으면 새로운 작품은 못 만든다.”

-고 연출가가 이번 각색에서 염두에 둔 것은.

고= “조정래의 ‘아리랑’을 읽은 독자들이 이 작품을 보고 ‘이건 아리랑이 아니다’고 말하면 어쩌나 하는 부담이 있다. 동시에 다른 작품이어야 한다. 초고 쓰는데 1년 가까이 들었다. 복합구조 이야기를 추려 감골댁 이야기로 묶었다. 애이불비(哀而不悲?슬프지만 슬프지 않다) 작품을 만들려고 한다. 강요된 슬픔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들고 싶다. 전환 장면마다 우리 안에 유전인자처럼 박힌 아리랑이 울려 퍼지게 할 거다.”

-선한 의도가 선한 결과를 담보하진 않는다. 1990년 첫 발표된 원작의 민족주의는 지금 시점에서 배타적 국수주의로 읽히기도 한다.

고= “원작자가 ‘아리랑’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은 결국 민초들의 이야기다. 민초의 삶을 통해 일제강점기 40년을 바라보는 거다. ‘푸르른 날에’ 만들 때도 광주항쟁을 연극으로 만들면 누가 공감하냐고 했다. 지금 그 작품 관객 대부분이 20대다.”

-배우 캐스팅에서도 흥행 요소라고는 찾아 볼 수 없다.

박= “어려운 작업을 할 때는 꼭 정공법을 쓴다. 정말 잘 할 수 있는 사람, 하고 싶어하는 사람을 모으는 거다. 그래야 팀워크가 좋고 앙상블이 좋아진다. 특히 아리랑은 주인공보다 앙상블이 대단히 중요하다. 앙상블의 힘으로 감동시키는 장면이 나오고, 그게 관전포인트다.”

-총 제작비가 50억원인데 뭐가 그리 많이 들었나? 처음 기획할 때부터 감안한 것인가.

박= “30억이면 될 줄 알았다. 근데 이왕 일 저지르는 거 망하더라도 때깔 좋게 망하자, 지금 창작뮤지컬의 형식이나 무대 메커니즘이 이정도 수준은 된다는 걸 보여주자 싶어 욕심을 부렸다. 무대에 많이 투자했다. 무대 준비기간이랑 리허설 하는 데만 공연장 3주 빌렸다. 보면 안다.”

-2007년에도 50억원을 들여 차범석의 소설 ‘산불’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댄싱 섀도우’를 제작했다 참패했는데, ‘아리랑’이 작품은 잘 나오더라도 흥행에 실패한다면 재공연할 수 있을까?

박= “이번에 제작비를 과다하게 쓴 이유는 신시컴퍼니 고정 레퍼토리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몇 년 전부터 저를 중견 제작자라고 부르던데, 사명감을 느낀다. 민족, 역사 이야기도 트렌드가 될 수 있구나 하는 작품을 선보일 거다.”

고= “흥행에 실패하게 놔두지 않는다(웃음). 연습할 때마다 ‘이 작품 된다’는 감을 받는다. 이런 적은 처음이다.”

7월 16일부터 9월 5일까지 LG아트센터 (02)2005-0114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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