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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스폰서 부장검사’ 감싼 검찰 자정능력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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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스폰서 부장검사’ 감싼 검찰 자정능력 잃었다

입력
2016.09.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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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서 부장검사’의혹과 관련해 현직 부장검사가 고교 동창인 사업가와 부적절한 돈 거래를 한 것도 심각한 문제지만 검찰 지휘부의 늑장대응이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대검이 김모 부장검사의 비리 의혹을 보고받고도 수개월 동안 방치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시는 진경준 검사장의 주식 특혜 매입 사건으로 검찰 내부 비위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된 때여서 검찰 수뇌부에 대한 비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대검이 사건을 담당한 서울서부지검으로부터 김 부장검사 문제를 보고받은 것은 5월 중순이다. 사건 경과와 함께 스폰서인 김모씨가 부장검사에게 건넨 1,500만원에 대한 증빙자료까지 있었다. 하지만 대검 감찰본부는 지검 차원의 진상 파악만 요구하고 사실상 손을 놓았다. 그러다 지난 2일 이 사건이 보도되자 부랴부랴 감찰에 착수했다. 그 이틀 전 “뼈를 깎는 개혁을 하겠다”며 내놓은 ‘법조비리 근절 및 청렴 강화 방안’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다.

서울서부지검의 대처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대검의 진상 파악 지시를 받고도 김 부장검사를 별도로 직접 조사하지 않았다. 그 사이 김 부장검사는 사건을 잘 마무리해 달라는 취지로 수사검사와 식사를 하고 청탁을 했다. 더구나 서부지검은 지난 4월 스폰서 김씨에 대한 고소장이 접수되자 경찰에 사건을 내려 보냈다가 뒤늦게 부장검사가 관련된 사실을 알고는 사건을 되가져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두 차례나 기각하기도 했다. 대검이나 서부지검이나 ‘제 식구 감싸기’ 흔적이 역력하다.

피의자와 돈거래를 하고 사건을 조작ㆍ은폐하려 한 부장검사에 대해 어느 누구도 진상을 파헤치려 하지 않았다는 것은 검찰 조직의 부패상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이미 자정 능력을 상실한 검찰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진경준, 홍만표 사태를 비롯한 대부분의 법조비리의 근저에는 이런 뿌리 깊은 ‘패밀리의식’이 깔려 있다. 검찰 내부 비리에 대해 가능한 한 덮거나 단죄에 소극적 자세를 보였다. 언론보도 등으로 사회 이슈가 된 뒤에야 수사에 나섰고, 그때마다 눈가림용 ‘셀프 개혁안’을 내놨다.

검찰 내부의 개혁을 기대할 수 없다면 밖에서 메스를 들이댈 수밖에 없다. 검찰의 기소독점주의 폐해를 줄이고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을 견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가장 유력한 대안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다. 검찰 스스로가 그런 여론에 힘을 실어 주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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