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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해공항 확장을 신공항이라고 우길 것까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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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해공항 확장을 신공항이라고 우길 것까지야

입력
2016.06.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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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22일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난 데 대해 “김해공항이 신공항이 되는 것”이라며 “공약 파기가 아니라 어려운 문제지만 약속을 지켰다”고 주장했다. 경제성, 편의성, 효율성 등 여러 가지로 합리적인 결정을 두고 ‘기존 공항의 확장이냐 신공항이냐’, ‘공약 파기냐, 준수냐’는 곁가지 논쟁을 일삼는 것은 부질없다. 서둘러 논쟁의 관성적 열기를 식히고, 합리적 대안인 김해공항의 확장 사업을 착실히 추진하는 것이 급선무이기도 하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의 체면을 세우려고 청와대가 억지로 방어막을 치는 모습은 어색하고, 책임 있는 자세도 아니다.

무엇보다 동남권 신공항 재추진에 따른 영남권의 논란에 박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는 사실에 비춰 성찰과 반성을 우선해야 했다. 동남권 신공항은 전임인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타당성 검토를 거쳐 2011년 백지화 선언과 함께 사과 기자회견까지 가졌던 사안이다. 대통령 후보 시절 대구ㆍ부산을 오가며 이 공약을 되살린 박 대통령의 정치적 동기가 지역 유권자의 표심 자극이 아니고 무엇이었을까. 청와대는 원점 회귀라는 비난을 의식해 “공약 이행”을 강변하는지 몰라도, 신공항 기대에 부풀었던 영남권 주민들의 실망은 분명한 현실이다.

나아가 밀양과 가덕도를 놓고 지역주민과 정치권이 과열 유치경쟁으로 치달을 때 다른 대안도 검토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청와대와 정부가 끝까지 구경꾼 시늉을 내는 까닭도 이해하기 어렵다. 책임의식의 실종, 또는 갈등관리 능력의 부재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의 솔직한 설명과 유감 표명이 오히려 바람직하다.

사실 사회적 논란의 불씨가 된 이 정권의 공약은 신공항만이 아니다. 무상보육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와 여전히 예산 갈등을 빚고 있고, 증세 없는 복지확대는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어설피 던진 공약에 대한 사후 수습까지 엉성해 갈등을 증폭시키거나, 무리하게 공약을 이행하려다 사회적 논쟁만 가열시킨다. 기초노령연금처럼 서둘러 ‘일부 후퇴’를 선언한 공약이 그나마 나은 선택으로 보인다.

공약 파기나 무리한 이행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 예가 정권마다 속출하고 있지만 대선후보나 정치권은 이를 아직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지 못하고 있다. 권력욕이 앞서다 보니 눈앞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그러니 그 선택을 대선 후보의 양식에만 맡기지 말고, 모든 공약에 재원조달 방안과 타당성 검토 결과 등을 첨부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더욱 촘촘하게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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