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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ㆍ조롱을 넘어 민의(民意) 구심점 된 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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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ㆍ조롱을 넘어 민의(民意) 구심점 된 온라인

입력
2016.10.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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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해시태그 단연 주목

논란 커지기 전부터 의혹 공유

맹목적 비난 넘어 공론 장으로

‘오프라인 시국선언’ 급속 확산

대학가는 정권퇴진 운동 돌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빠르게 공유되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를 풍자한 '헬조선 신(新)계급도'. 트위터 캡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빠르게 공유되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를 풍자한 '헬조선 신(新)계급도'. 트위터 캡처

“헬조선(한국은 지옥 같은 나라)의 신(新) 계급도를 아시나요. 무당이 가장 높고 그 다음은 무당의 가족과 측근, 시민은 ‘개돼지’로 가장 하위계급을 차지하지요.”

정치 이슈에 담을 쌓았던 직장인 정모(29)씨는 지난달 중순부터 ‘최순실 게이트’ 흐름에 맞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관련 글을 올리고 있다. 끝없이 제기되는 국정농단 의혹을 두고만 볼 수는 없어 정치ㆍ사회 문제에 무관심한 주변에 상세히 알리고 진상규명 운동에 동참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정씨가 올린 게시물은 사건 주요인물 관계도부터 각계 시국선언 등을 아우른다. 특히 신 계급도처럼 온라인 이용자들이 만든 풍자물이 많다. 정씨는 31일 “단순히 국정농단 사태를 조롱하기 위한 취지가 아니라 모든 국민이 관심을 갖도록 분노를 희화화해 표현한 것”이라며 “여론의 힘이 하나로 모일 때까지 관련 작업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순실 게이트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분노가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창작의 보고’인 인터넷 게시판과 SNS에서는 요즘 사태를 비판하는 여러 패러디물이 재생산되는 중이다. 나라를 혼란으로 몰아 넣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절망감과 분노, 냉소 등 여론의 감정을 입체적으로 담아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 웃긴데 화나… 최순실 게이트 패러디 모음)

온라인 창작물은 다양성 면에서 오프라인 시위를 압도한다. 해외정상들과 박 대통령의 모습이 한데 담긴 사진을 재구성한 그림부터 직접 그린 만화까지 다양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박 대통령에게 “대통령 오라고 해”라고 지시하자 박 대통령이 “대통령은 지금 독일(최씨가 도피한 국가)에 있다”고 대답하는 합성 사진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30일 오후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 게시물은 3시간 만에 4,000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박 대통령이 논란을 덮으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핵실험을 부탁한다는 내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무당’ 개념을 설명 듣는 내용의 패러디물은 SNS에서 수십만번 공유돼 해외 사용자들에게까지 퍼졌다. 아예 간단한 게임도 등장했다. 최씨를 형상화한 캐릭터가 말을 타고 도망가면서 곳곳에 놓인 덫을 피해가는 휴대폰 게임 ‘순실아 빨리와’는 벌써 5,000여명이 내려 받았다.

최순실씨를 본뜬 캐릭터가 말을 타고 가면 서 덫을 피하는 스마트폰 게임 '순실아 빨리와'
최순실씨를 본뜬 캐릭터가 말을 타고 가면 서 덫을 피하는 스마트폰 게임 '순실아 빨리와'

그렇다고 맹목적 비난만 있는 것은 아니다. SNS는 사태 초기부터 의혹의 불씨를 지피고 유지하는 기능을 해왔다. 논란이 커지기 전인 7월 말부터 공유됐던 ‘#그런데최순실은요? (의혹은 끊이지 않는데 최씨는 어디 있냐는 뜻)’ 물결은 최씨 등장 이후에도 꾸준히 공론장으로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국가위기 국면에서 온라인 여론은 다채로운 표현 방식을 통해 민의(民意)를 빠르게 하나로 모으는 구심점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정 개인에 대한 조롱은 법에 저촉될 수 있지만 국정 대표인 대통령직을 비난하는 것은 국민의 자유”라며 “공분 여론에 힘을 불어 넣는 네티즌의 역동성이 발휘된 사례”라고 말했다.

온라인은 행동에 나서기를 주저하던 시민들을 거리로 이끈 매개 역할을 한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청계광장 촛불집회 현장에서는 ‘#나와라최순실’ ‘#하야하라박근혜’등 피켓을 든 시민들이 곳곳을 메웠다. 권모(26ㆍ여)씨는 “주장과 의견을 짧고 강하게 전달하는 SNS 해시태그가 단연 주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 명 한 명이 관련 글에 해시태그를 붙여 끈질기게 이슈를 부각시킨 덕분에 수많은 시민이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일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

오프라인 시국선언도 언론ㆍ문화계 등 각계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원로 언론인 등으로 구성된 ‘언론단체 비상시국대책회의’ 회원 30여명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은 한 순간도 공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하야를 촉구했다. 예술인이 주축이 된 ‘우리는 모두 블랙리스트 예술가다’ 예술행동위원회 역시 오는 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 대통령 퇴진과 문화행정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열기로 했다. 또 이날 하루에만 한양대 가톨릭대 인하대 광운대 덕성여대 경북대 등의 학생 및 교수들이 시국선언에 동참하는 등 대학가는 사실상 정권퇴진 운동에 돌입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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