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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이 노벨상에 강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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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이 노벨상에 강한 이유

입력
2014.10.08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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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전념 환경·실패 용납 풍토, 종신 고용제 등 물심양면 지원

R&D투자 한국의 6배 이상, 최근 눈앞 성과 강조 미래 비관도

일본인 3명의 노벨물리학상 공동 수상 발표가 난 7일 밤 도쿄역을 지나던 시민들이 이 소식을 담은 호외판 신문을 받아 가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
일본인 3명의 노벨물리학상 공동 수상 발표가 난 7일 밤 도쿄역을 지나던 시민들이 이 소식을 담은 호외판 신문을 받아 가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일본인 3명 중 한 명인 나카무라 슈지(中村修二, 60)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주립대(UC샌타바버라) 교수가 수상 소식을 접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일본인 3명 중 한 명인 나카무라 슈지(中村修二, 60)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주립대(UC샌타바버라) 교수가 수상 소식을 접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발표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중 한명인 나카무라 슈지 미국 UC샌터바버라 교수는 전문 연구가가 아닌 회사원 시절 청색 발광다이오드(LED) 실용화에 성공한 공로가 인정됐다. 일본 기업의 연구성과가 노벨과학상으로 이어진 것은 3번째다.

일본 샐러리맨의 노벨상 수상 신화는 평생을 대학에서 연구에 몰두해온 과학자들만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노벨상의 개념을 뒤집는 것이어서 관심이 크다. 이런 배경에는 샐러리맨도 기초 과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하는 일본 기업의 풍토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일본의 샐러리맨 노벨상 신화는 19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에사키 레오나는 소니의 전신 도쿄통산공업에서 양자역학 분야의 터널링 현상을 집중 연구해온 직원이었다. 그는 반도체에 불순물을 첨가해 고체상태 반도체 특성을 조절하는 방법을 통해 에사키 다이오드라는 이중 다이오드를 발명한 공로로 물리학상을 받았다.

다나카 고이치는 단백질 질량분석기 개발로 그동안 불가능했던 단백질의 생물학적 고분자 구조를 증명, 유방암, 전립선암 등의 조기 진단을 가능케 한 공로로 2002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다나카는 당시 시마즈제작소라는 중소기업의 연구주임으로, 도호쿠대 공학부 전기공학과 졸업이 최종학력이었다.

무명의 직장인에서 하루 아침에 꿈을 이룬 유명인이 된 샐러리맨 출신 노벨상 수상자의 뒤에는 일본 기업들이 이들의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덕분이다. 이를 위해 종신고용제 도입도 마다하지 않는 기업이 많았다.

다나카의 노벨상 수상은 연구원의 자율과 실패 가능성을 용납하고 대학보다 자유로운 연구풍토가 없었다는 불가능했다. 다나카는 회사의 방침과 다른 경우에도 자신의 판단을 기초로 개발을 지속했고, 회사는 이를 포용했다. 이 회사는 2002년 3월 결산에서 18억엔 가량의 영업적자를 냈으나, 80억엔이 넘는 돈을 연구개발비로 투자했다.

장기 불황지속으로 종신고용제가 사라지는 등 일본 기업의 환경이 크게 바뀌고 있지만, 오랜 기간 기업내 연구 개발에 투자한 결과물은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자동차, 나노 테크놀로지, 바이오 분야에서 일본 기업의 연구 성과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일본 기업의 연구개발 분야 투자는 한국 기업과 비교해도 확연한 차이가 난다. 2013년 전경련 자료에 따르면 일본기업의 연구개발 투자 액은 한국 기업에 비해 6배이상 앞선다. 수출시장 점유율 품목에서도 일본은 세계1위 제품이 231개로, 한국의 64개보다 3.6배나 많다.

일본 기업의 노벨상 결실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나카무라가 과거 소속 회사에 거액의 소송을 제기한 것을 거론, “최근 눈앞의 성과를 추구하는 풍조가 강해지는 한편 기업 연구자의 기여가 경시되는 경향이 곳곳에서 나타난다”며 “혁신을 내걸면서 (성과가 나오지 않은) 싹을 따 버리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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