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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설명회부터… 지방대생은 고난의 행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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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설명회부터… 지방대생은 고난의 행군

입력
2016.09.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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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위권 대학 중심으로 진행

질 다른 정보에 원정 상담 불사

취업준비 단계부터 이미 박탈감

왕복교통비ㆍ숙박비 만만찮지만

숙소 잡고 장기간 순회하기도

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들이 상담을 받기 위해 기업 채용 부스 앞에 길게 줄지어 서 있다. 배우한 기자 bwh3140@hankookilbo.com
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들이 상담을 받기 위해 기업 채용 부스 앞에 길게 줄지어 서 있다. 배우한 기자 bwh3140@hankookilbo.com

강원도의 한 국립대 학생인 이모(24ㆍ여)씨는 6일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장을 찾았다. 학교 성적 4.2점(4.5 만점), 토익 910점, 증권ㆍ펀드투자상담사자격증 등 꿀릴 게 없는 ‘스펙’을 갖췄다고 생각했지만 면접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시자 뭐가 문제인지 채용담당자들에게 직접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서울행은 쉽지 않았다. 결석 이유를 교수에게 설명해야 했고, 왕복교통비 및 숙박비도 만만치 않았다. 이씨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상담을 받아보니 서울과 지방의 정보격차는 엄청났다. 오길 잘했다”고 말했다.

하반기 기업 공채가 본격화하면서 대학가 채용설명회도 성수기를 맞았다. 기업 관계자가 대학을 직접 방문해 회사 업무와 비전을 설명하고 상담을 해주는 채용설명회는 합격을 위한 필수 코스로 꼽힌다. 기업은 인재 선점 효과를 노리고, 학생들은 채용정보를 상세히 알 수 있어 모두에게 ‘윈-윈’ 행사로 여겨졌다.

그러나 대부분 설명회가 서울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탓에 지방대 출신 취업준비생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누구에게나 균등한 기회를 줘야 할 취업준비 단계부터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기업의 채용설명회가 서울에 집중되면서 지방대 출신들은 별도로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하는 ‘원정 상담’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9일 한국일보가 취업포털 사람인과 8~10월 서울 지역에 예정된 취업설명회를 조사한 결과, 서울대는 54건, 연세대 51건, 고려대 64건에 달했다. 서울의 다른 대학에서도 평균 20~30건의 설명회 일정이 잡혀 있었다. 지방에선 경북대(56건) 정도가 눈에 띄지만 주요 기업보다는 연고 기업이나 해당 지역으로 이전한 공공기관 설명회가 몰린 이유가 컸다.

지방대생들이 원정 상담을 불사하는 건 ‘정보의 질’이 다르기 때문. 대전 한 사립대에 다니는 최모(27)씨는 “채용인원도 온라인엔 ○○명이라고만 게시하지만 직접 현장에 참석하는 학생들에게는 정확한 규모를 알려주고, 인ㆍ적성 시험 내용을 귀띔해 주기도 한다”며 “대졸 취업이 정보전으로 치달으면서 가뜩이나 박탈감이 큰 지방대생들은 더욱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설명회에 참석하거나 눈도장을 찍으면 가산점 혜택이 있다’는 뜬소문도 지방대생들의 상경을 부추기는 데 한몫 한다.

일부 지방 출신 학생들은 아예 서울에 장기간 머물 숙소를 잡아두고 채용설명회 순회에 나서기도 한다. 지난달 30일 전북 전주시에서 올라온 휴학생 함모(25ㆍ여)씨는 서울 중구의 한 게스트하우스에 일주일간 짐을 풀었다. 함씨는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오전 이화여대에서 열린 한 기업의 설명회를 들은 뒤 곧장 한양대 설명회에 참석했다”며 “지방에서는 인터넷 외엔 취업정보를 얻기 힘들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대학들의 반응 역시 서울과 지방이 다르다. 연세대 관계자는 “기업이 먼저 설명회를 적극적으로 요청할 때가 많고 참여 제한이 있는지 묻는 타 대학 학생들의 문의도 많이 들어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지방 국립대 취업지원팀 관계자는 “각 기업에 설명회 개최 요청 공문을 보내고 직접 연락해 읍소도 하지만 성사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하소연했다.

CJ나 NC소프트 등 일부 기업은 인사 실무자들이 직접 실시간 댓글을 다는 등 온라인 채용설명회를 열기도 하지만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다. 한 대기업 고위 임원은 “학생 수가 많은 서울에서 채용설명회를 해야 우수 인재를 선점하고 회사 홍보에도 유리하다”며 “지방에도 좋은 자원이 있으나 숫자가 절대적으로 적어 효율성 측면에서 설명회를 꺼리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사회의 서울ㆍ학벌 중시 풍토가 대학생들이 취업 문턱을 넘기도 전에 좌절감만 안겨주고 있다”며 “기업들이 먼저 지방 출신 학생들을 적극 채용해 ‘지역 활성화’라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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