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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ㆍ공생이 없는 자유는 거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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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ㆍ공생이 없는 자유는 거짓이다

입력
2014.12.19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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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지음

문학동네ㆍ340쪽ㆍ2만원

한국에서 자유는 타락했다. 마음대로 돈을 벌고 쓰는 ‘사유’가 자유로 둔갑해 양극화의 필연성과 정당성을 받치는 알리바이가 되어버렸다. 공산주의=국유, 자유민주주의=사유라는 단순한 인식 덕분에 자유는 ‘반공’과 붙어 다니는 짝패가 되었다. 이 땅에서 자유는 우익 이데올로기로 오용됐고, 부자의 것으로 전유됐다.

법학자인 박홍규 영남대 교수가 ‘자유란 무엇인가’에서 비판한 한국 관련 내용을 거칠게 요약하면 이렇다. 이 책은 비판에 그치지 않는다. 왜 그리 되었는지 한국의 역사적 경험과 자유의 사상사를 되짚어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책은 우리에게 익숙한 자유라는 개념에 깔린 서구 제국주의의 그림자를 폭로하는 것으로 출발한다. 서구 역사에서 자유란 노예 혹은 노예 상태와 대립되는 개념이고, 우월의 논리에 입각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백인이 다른 인종보다 우월하다는 인식은 제국주의 침탈을 낳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서구 제국주의식 자유를 추종하며 살아왔다며, 인류가 참으로 자유로우려면 이런 제국주의적 질곡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유의 기원과 정의, 자유의 사상사를 재해석한 뒤에 저자가 제시하는 ‘진정한’ 자유는 ‘상관 자유’다. 우파의 평등 없는 자유, 좌파의 자유 없는 평등은 모두 가짜라며 이런 단절과 독단이 아니라 서로의 관련됨, 상관을 중시하는 것이 상관자유론이다. ‘상관 자유’는 공존할 자유, 공생할 자유를 가리킨다. 그것은 자연과 인간, 개인과 집단, 국가를 아우르는 지평에서 가능하고 그러려면 욕망의 절제가 필요하다. 상관 자유는 연고주의와 무관하며 사해동포주의에 가깝다

저자는 ‘무엇으로부터의 자유’보다 ‘무엇으로의 자유’, 다시 말해 소극적 자유보다 적극적 자유의 조건과 현실에 집중하고 있다. 세속적 성공이나 대중적 소비, 물질적 과시를 거부하고 부당한 권위와 불합리한 질서에 대항하며 정신과 지성의 해방을 갈구하는 것이 인간으로서 당연한 책무임을 환기하며, 서로 관심을 갖고 관계를 맺는 사회로 가자는 것이 이 책이 말하려는 핵심이다.

. 자유라는 개념이 얼마나 다양한 얼굴을 품고 있으며, 어떤 오해와 오용으로 얼룩졌는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는 책이기도 하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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