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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수수께끼에 과학이 답하다

입력
2015.07.0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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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클라인 지음/전대호 옮김/ 청어람미디어 발행/ 1만6,000원

'우리는 모두 불멸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는 과학 저널리스트 슈테판 클라인이 세계적인 석학 11명을 만나 행한 인터뷰 모음이며,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의 속편이다. 저자는 대학에서 철학과 물리학을 공부하고 생물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시간의 놀라운 발견’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썼다.

2009년 노벨상 수상자이자 분자생물학자인 엘리자베스 블랙번을 만난 저자는 생명의 한계와 노화를 일으키는 유전자 텔로미어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질문을 한다. 다음으론 하버드대 의학 및 사회학 교수(이게 가능한가?)인 니콜라스 크리스타키스에게 인간관계와 사회적 관계가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에 관해 질문한다. 진화의학자인 데틀레프 간텐과는 위생과 면역의 관계에 대해서 토론을 벌인다. 오늘날의 깨끗한 도시환경이 오히려 우리의 면역력을 떨어뜨렸다는 사실에 대해 간텐 교수와 저자는 완전히 의기투합한다. 이 밖에 이름만 대면 알만한 석학들 이를테면 발달심리학자 앨리슨 고프닉, 꿈 연구의 대가 앨런 홉슨, 동물행동학자이자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 철학자 토마스 메칭거, 진화유전학자 스반테 페보, 침팬지 연구의 권위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 실천윤리학의 거장 피터 싱어, 의식 연구의 최첨단에 서있는 크리스토프 코흐 등을 만난다.

쉽게 읽히지만 이 책의 인터뷰들이 어떤 통일성을 가지고 있는지 단번에 파악하기란 힘들었다. 두 번 읽고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철학적으로 묻고 과학적으로 답하는 방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질문은 바로 인간이라는 수수께끼다. "우리의 성격은 어떻게 형성될까? 선과 악은 어디서 올까? 다른 생물과 우리는 어떤 관계일까? 우리는 왜 병들고 죽어야 할까?"가 바로 그런 철학적 질문들이다. 책 서문에서 슈테판 클라인은 말한다. "우리 존재의 비밀을 밝혀내려면 생활경험과 철학적 사변만으로는 부족하다. 그것들도 매우 소중하기는 하지만, 검증 가능한 사실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바꿔 말해 체계적이며 흔히 성가신 과학연구를 외면하는 사람은 제자리를 맴돌 위험에 빠진다. 우선 사실을 확인하고 그 다음에 숙고하라."

인간이라는 수수께끼에 대해 과학은 어떤 답을 줄까? 인간은 오랜 기간 생활 환경에 맞서 투쟁하고 적응하면서 본질적 특징을 축적, 형성해 왔다. 그래서 진화 속에서 인간을 보라는 것이다. 인터뷰는 늘 기원의 문제, 역사성으로 향한다. "베를린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베를린의 역사를 알아야 합니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예요." 진화의학자 데틀레프 간텐의 말이다.

슈테판 클라인이 미국과 유럽 등지에 흩어져 있는 석학의 응접실을 매번 직접 방문해 인터뷰했다는 점도 특이하다. 그는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기 자신을 제쳐놓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겠는가?"라고 하면서 과학자들의 경험, 이력, 개인적인 관점을 살리려 노력한다. 그로 인해 학자들로부터 듣게 되는 '연구의 출발점'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오직 한 사람, 피터 싱어만 방문 인터뷰 대신 화상전화를 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실천윤리학자 피터 싱어가 탄소 배출을 이유로 비행기 여행 대신 스카이프 인터뷰를 주문한 탓이다. 그다운 선택에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과학책 읽는 보통 사람들’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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