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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한 푼 안 내는 억대연봉자, 27배 폭증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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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한 푼 안 내는 억대연봉자, 27배 폭증한 사연

입력
2016.08.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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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관 등 해외근무자가 1306명

과세 당국 “면세자 기준 바뀐 탓”

나머지 135명은 의문점 여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연말정산 대란과 보완 대책, 그리고 남은 과제들’이라는 보고서가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보고서에는 2014년 소득을 기준으로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직장인이 전체 근로소득자(1,668만명)의 절반 가량(802만명)에 이르고, 그 중에는 연봉이 1억원이 넘는 사람도 1,441명이나 포함됐다는 내용이 담겼는데요. 특히 1년 전인 2013년에는 면세 억대연봉자가 53명에 불과했으니, 1년 새 무려 27배나 폭증한 겁니다. 연말정산을 할 때마다 한숨을 푹푹 내쉬는 유리지갑 봉급생활자들로선 박탈감이 상당할 수밖에 없는데요. 궁금증도 커집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요.

그래서 한국일보가 3일 과세당국을 통해 1,441명의 내역을 살펴봤는데요. 이중 90%가 넘는 1,306명은 주재관 등으로 해외에 근무하는 이들로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A씨가 미국 현지법인에서 근무하면서 그 쪽에서 월급을 받는다면, A씨는 거주지가 속한 한국과 소득이 있는 미국 양쪽에 세금을 내야 하는데요. 이중과세라는 점에서 한국에서는 미국에서 낸 세금만큼을 공제(외국납부세액공제)해주게 돼 있습니다.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소득세율이 높기 때문에 한국에서 내야 할 세금보다 미국에서 더 많이 냈을 테고, A씨는 결국 한국에서 세금을 낼 필요가 없어진 겁니다. 세금을 안 낸 게 아니라, 한국에서만 내지 않았을 뿐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 내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우리보다 세율이 낮은 국가에서 일하는 주재원이라면 세금을 낼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왜 1년 만에 갑자기 27배가 폭증한 걸까요. 과세당국은 “조세재정연구원이 면세자의 기준을 바꾼 데 따른 오해”라고 설명합니다. 2013년까지는 소득 자체가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과세표준)에 못 미치는 사람들만 면세자로 분류를 하다가 2014년부터는 각종 공제들을 제하고 실질적으로 세금을 한 푼도 안내는 사람을 면세자로 분류를 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과세당국으로는 충분히 억울해 할만 합니다.

문제는 과세당국의 해명을 다 받아들여도, 여전히 135명의 억대 연봉자는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고 있다는 건데요. 연봉을 1억원 넘게 받으면서 온갖 공제를 통해 세금을 한 푼도 안내는 사람이 단 1명이라도 있다는 건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워 보입니다. 정부 역시 이런 지적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는데요. 정부는 “면세자 비율 축소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설 심층 평가를 진행 중”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심지어 야당조차 표심을 의식해 면세자 축소에는 눈을 감고 있는 상황인데요. 과연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부가 의미 있는 카드를 내놓을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더 많아 보입니다.

세종=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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